[제1신] 출정식 및 엄천강 살리기 결의대회
  • 이문재 (moon@e-sisa.co.kr)
  • 승인 200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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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도보순례단 단장 수경스님(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은
출정 선언문에서 "지리산은 언제나 곁에 있는 산이면서 언제나
잊혀진 타인의 산"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소유욕과 이기심에 의해 쫓겨났으며, 인간의 경계와 구분에
의해 찢겨졌고, 개발 논리에 의해 산줄기 잘린 산. 지리산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산이라는 것이다.


국민행동에 따르면, 하동군에서는 악양에서 시루봉골을 지나 청학동에
이르는 회남재 길을 포장하려 하고 있고, 구례군 산동에서는 케이블카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또한 남원시 운봉에는 18홀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지리산은 성삼재 관통 도로에 의해 두 동강이 났으며, 산청
양수 발전소는 산허리를 파헤쳤다고 국민행동은 강조한다.


도보순례단은, 근현대사를 통과하며 무수한 민간인과 수많은 군경
및 토벌대, 그리고 빨치산이 죽어간 지리산을 도보로 순례하며, 함양군
유림면 서주마을, 산청군 시천면 외공마을에서 희생된 무고한 민간인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는 한편, 지리산댐·골프장·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반대 결의대회를 갖고, 작은 영화제·길놀이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주민들과 함께 나눈다.


순례단은 함양구간(5월3일~5일)을 시작으로, 산청구간(5월5일~8일)
하동구간(5월9일~12일) 구례구간(5월13일~15일)을 지나 남원구간(5월16일~18일)에서,
225km에 달하는 지리산 일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출정식에 이어 개최된 지리산 문정댐 백지화 및 엄천강 살리기 결의대회에서
지역 대책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녹조 현상'을 근절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 4월초 나타나기 시작한 녹조 현상은 순식간에 1급수를 4급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휴천면 청년회장 염형섭(42)씨에 따르면, 전북 지역
강 상류가 난개발됨에 따라, 어종이 급감했고, 진주 지역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


엄천강 살리기 대책위는, 남원시가 관할하는 상류 지역에 콘도, 음식점,
유흥업소, 공장 등 1백50개에 달하는 오염원이 무분별하게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백무동, 칠선계곡에서 1급수가 계속 유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남원 쪽에서 내려오는 물이 워낙 오염돼 녹조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수계 관리를 일원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엄천강
물줄기는 전북과 경남 도계를 경계로 하여, 전북 지역은 영산강 수계로,
경남 지역은 낙동강 수계로 나뉘어 있어 수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염형섭씨는 "엄천강에 사는 물고기들은 상류로 갈수록 등 색깔이
까매졌다. 물이 너무 맑기 때문에 거기에 적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꼬리가 비틀어진 기형 물고기까지 나온다"라며 "지리산에서
마지막 살아남은 계곡이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주민들은 쏘가리 꺽지 뱀장어 자라 메기 피리 송사리 다슬기 등 10여
종에 달하던 어패류 가운데 살아남은 것은 피라미뿐이라고 말한다. 봄에서
가을까지, 하루 10만 원 수입을 올리게 하던 다슬기도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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