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도보순례 : 제6신] 길위에서 만난 사람(3) - 장용욱
  • 이문재 취재부장 (moon@sisapress.com)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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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돌아오는 섬진강 만들겠다

섬진강 어족보존회 장용욱씨(51)는 매우 바빴다. 5월10일, 하동읍 섬진강가에 숙영하던 날부터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5월14일, 구례로 들어가는 날,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장씨는 구례지역 환경단체 회원들, 그리고 풍물패와 함께 읍 입구까지 나와 있었다.

섬진강 어족보존회는 1995년 결성된 민간단체. 섬진강 불법 어로와, 오폐수 무단 방류 등을 감시한다. 장씨에 따르면, 섬진강에는 36 종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최근들어 사라지는 어류들이 많다. 특히 모래무지, 쏘가리, 다슬기, 참게, 꺾지 등 1급수 어종들이 눈에 띄게 소멸하고 있다.

5월 중순 현재 구례 앞 섬진강은 4급수. 장용욱씨는 "상류에 운암댐, 주암댐이 들어선 데다, 순천시에서 유입되는 생활 오폐수가 섬진강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한다.

 
어족보존회가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연어 포획. 4년 전부터 방류한 연어 치어는 모두 2백만 마리. 지난 연말에 50만 마리를 방류했다. 어족보존회가 연어 회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까닭은 우선, 연어가 1급수에 사는 물고기이기 때문. 연어가 돌아오는 순간, 섬진강이 청정 하천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다. 둘째, 전세계적으로 연어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유럽 산 연어는 kg 당 6달러를 호가한다), 한국 어선이 연어를 잡을 수 있는 해역은 크게 줄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연어 어획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

어족보존회는 연어가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내기철까지는 수질이 나쁘지만, 장마를 지나면서 호전되어 연어가 돌아오는 10월~12월까지 1급수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장씨는 "연어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현재 추진 중인 연어생태관이 건립되면, 연어 연구가 새로운 차원을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일본의 연어 방류량은 한국의 1백47배에 이른다.

섬진강 어족보존회는 연어 이외에도 참게, 꺽지 등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는 어족의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장씨는 "강 하구의 파래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파래는 강물의 부영양화로 인해 생겨나는데, 강 유역에서 흘러드는 생활 오폐수가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말한다.

섬진강은 어족보존회를 비롯한 환경단체, 시민단체의 힘만으로 되살아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강을 살려야 내가 산다는 개인적 자각과 더불어, 경제(개발) 논리가 아닌 생명(상생) 논리에 바탕한 제도와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개인적 자각과 동시에 사회적 자각이 함께 가야 한다.

겨울철에 잠시 1급수로 돌아가는 섬진강이 아니라, 일년 내내 청정 수계를 유지하는 섬진강이어야 한다. 노고단에 눈이 녹을 때(매화꽃 필 때) 올라오는 황어를 비롯해 은어, 쏘가리, 참게, 다슬기 그리고 수달이 함께 사는 섬진강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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