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상 자연 다큐/갯벌 탐사①] 강인한 생명체의 '천국'
  • 홍재상 (인하대 교수·해양생태학) ()
  • 승인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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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열악해 한정된 생물종만 생존…적응하면 '먹을 것' 천지




예로부터 우리나라 갯벌은 김이나 백합·바지락 등이 생산되는 매우 중요한 어업의 장(場)이다. 최근에는 수많은 생물과 철새의 서식처이자 주변 연안 해역을 깨끗하게 지켜 주는 자연 정화조로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철새들은 자연 환경 보존 상태를 알리는 일종의 지시자 노릇을 하고 있어 이들의 서식이나 이동 상황은 매우 중요하다.


갯벌이란 갯가의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으로, 조류(潮流)로 운반되는 미사(silt)나 점토(clay) 따위 미세 입자가 오랫동안 쌓여 형성된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갯벌의 생물들은 해양과 육지가 맞닿은 접점에 서식하기 때문에 조석·파랑·폭우 그리고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담수 등 상당히 열악한 환경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홍수가 나면 상류에서 운반된 토사에 갇힌 생물은 산소가 부족해 죽음의 위기에 몰린다. 파랑이나 조석으로 나타나는 조류는 생물을 본래의 서식지에서 다른 장소로 운반한다. 또 여름철 간조 때에는 고온과 건조를 견뎌야 하고 겨울철에는 심한 추위와 동결이 덮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극심하게 변하는 환경은 갯벌에 침입하는 생물을 제한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제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갯벌에는 특유한 성질과 생활형을 갖는 생물 군집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다양한 생물종보다는 일부 한정된 종이 많은 개체 수를 가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생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체로 크기가 작고 짧은 생활사를 가지며 단기간에 번식하는 생물종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조개·게·새우·갯지렁이 등 바닥살이인 저서동물을 꼽을 수 있다.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내방객으로는 어류나 바닷새 그리고 문어·낙지 등 대형 포식성 무척추동물이 있다. 내방객은 몸체가 크고 생활사가 길며 성장이 늦고 번식률이 낮다.


갯벌, 해양 환경 중에서 생산력 가장 높아


하지만 갯벌은 생물들이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엄청난 밀도의 생물체를 부양하기 때문에 해양 환경 중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가진 곳이다. 암초 해안에 견주면 생물종 수는 빈약하지만, 일단 열악한 갯벌 환경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 생물들은 풍부한 먹이 환경 덕택에 크게 번창한다.


해양수산부 조사(199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남 해안에는 갯벌이 2천3백93km2 분포되어 있다. 이는 국토 면적의 2.4%에 해당한다. 서해안 지역에 전체 갯벌 면적의 약 83%인 1천9백80km2가 분포되어 있고, 나머지는 남해안에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우리나라 연안 갯벌이 30∼40% 줄어들었다고 보고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해안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분별하게 연안을 개발한 탓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갯벌에서는 도시의 하수구로 전락한 하천으로부터 생활 하수나 공장 폐수 등이 유입됨으로써 생물이 대량 폐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인위적인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갯벌이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속도로 계속 해안 매립과 간척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2006년께가 되면 1960년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km2 정도만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2020년에는 1천5백km2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우리 서해안 갯벌(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압록강 하구 갯벌로 이어지는 갯벌은 세계 최대의 갯벌이다(Wilson & Barter, 1999))이 가진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없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해서 착잡하다.


※ 홍재상 교수 : 1951년 출생.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 제2대학 해양학 박사. 한국해양연구소 해양생물연구실장 지냄. 〈한국의 갯벌〉〈해양생물학 : 저서생물〉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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