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살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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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우선하는 비만 클리닉 많아…약물 남용 경계해야


마르면 마를수록 더욱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유행병처럼 번지면서 비만 클리닉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만 클리닉을 찾아야 할 사람은 체질량지수 27이 넘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부분 비만 클리닉은 과체중인 사람과, 정상 체중인데도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체중 과민증'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비만 클리닉은 크게 종합 병원이 설치한 특수 클리닉과 개업의로 나뉜다. 종합 병원 특수 클리닉으로 설치된 곳은 병원 특성상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되는 '진짜 비만 환자'가 주로 찾는다. 따라서 단기간에 살을 빼주는 약물이나 무리한 다이어트 대신에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기반으로 한 교과서 치료가 주를 이룬다. 비용도 일반 개원의보다 싼 편이다. 3개월 치료에 개원의에서는 100만∼4백만 원 가량 드는 반면, 종합 병원은 3개월에 30만∼40만 원 선이다.


우울증 치료제를 비만에 처방하기도


개인 의원은 실제 비만 환자보다는 체중 과민증 환자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건강보다는 '미용'을 더 강조하는 곳이 많다. 그 때문에 마사지나 래핑 요법 등 효과가 거의 없는 프로그램을 들러리로 세우거나, 또 건강에 위협을 주는 내장 지방보다는 피하 지방 제거를 겨냥한 치료법으로 '단박에' 효과를 보는 치료를 주로 하는 곳이 많다.


의원은 약물 치료 종류도 종합 병원보다 많다. 일부 비만 클리닉은 약물 치료를 남용하고 있다. 심한 곳은 지방 분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뇨제를 치료제로 사용하는가 하면, '비만 주사'라고 불리는 지방 분해 약물을 피하 지방에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또 에페드린·카페인·메틸잔텐 등 교감 신경 작용제를 식욕억제제로 사용하는 클리닉도 있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을 처방하기도 한다. 조비룡 교수(서울의대·가정의학)는 "이런 약물이 체중 감량 효과를 촉진한다는 논문이 있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비만 치료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교감 신경을 자극해 예민하게 만들고, 쇼크나 얼굴에 열이 나타나는 따위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비만 클리닉은 성장 호르몬도 처방한다.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병당 4만∼10만 원으로 매우 비싸다. 한 의사는 "성장 호르몬 값이 비싸지 않으면 일부 의사들이 그렇게 남용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약물 치료는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비만을 치료하기는 어렵다.


체지방 흡수량을 떨어뜨려 칼로리 섭취를 줄여주는 제니칼 또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보다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하는 한국인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은데도, 출시 3개월 만에 100억원어치나 팔린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재헌 교수(인제의대 상계백병원·비만 클리닉)는 "일부 의사들이 처방을 남발했거나, 의사 처방 없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구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현상은 올 여름에 출시될 식욕억제제인 리덕틸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리덕틸은 중추 신경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비만 클리닉이 '손님'을 끌기 위해 치료 효과보다는 가짓수 늘리기와 약물 남용에 집착하는 데에는 환자의 책임도 크다. 참클리닉 이규래 원장은 "검사하고 운동과 식이 처방만 해주면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환자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검사와 치료 가짓수를 늘리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원장은 비만 치료는 운동과 식이·행동 치료가 주가 되고, 약물은 보조 요법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화려한' 프로그램을 내보이는 곳일수록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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