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지〈디스커버〉선정 '2001년 9대 발명품'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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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료 우주선' 타고 토성 탐사/

옥수수 플라스틱 등 '마술 같은 기술' 소개


'세상을 바꿀지어다.' 과학자에게 내려진 첫 번째 계명.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는 최근 이 계명을 성실하게 실천한 과학자 9명을 선정했다. 이 잡지는 해마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발명품과 기술을 선정해 왔는데, 올해는 지뢰 탐지기·매직 북·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등 아홉 가지를 골랐다.


〈디스커버〉 편집장 스티븐 페트라넥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고 영향력이 큰 최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수상작을 선정했다. 선정된 것 중에는 순수 로켓 과학이나 단순한 흥미를 위한 것으로만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 모두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스커버〉가 선정한 신기술과 발명품은 다음과 같다.




소 자기권 플라스마 추진체(M2P2)




지금으로서는 빠른 속도로 우주 여행을 하려면 로켓 연료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연료 비용만 파운드당 만 달러가 든다. 그러나 태양의 힘을 이용하는 소 자기권 플라스마 추진체(M2P2)는 '공짜 비행'을 가능케 한다. M2P2는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태양풍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우주선이 태양풍의 힘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한다. 우주선에 자기장 방출 장치를 장착하면 우주 공간에 흩어진 태양풍을 모을 수 있는데, 이렇게 모은 태양풍을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동력을 이용하면 외부 행성에 도달하는 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예컨대 1997년에 발사된 토성 탐사선 카시니는 2004년께나 토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M2P2를 이용하면, 비행 기간을 7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태양의 일시적인 폭발로 발생하는 위험한 극소 방사선으로부터 비행사를 보호할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나타나는 유성에 파괴될 염려도 없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워싱턴 대학 로버트 윙리 박사가 주도하고 있다.




전자 홀로그램


인터넷을 빛의 속도로 만드는 기술. 전자 홀로그램 기술(홀로그램 기기를 이용해 전자 프로세서들을 상호 연결해 주는 방법)을 이용해 광섬유 속 빛의 방향을 재변경하는 교환 장치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인터넷에서 흐르는 정보를 광자에서 전자로 또는 전자에서 광자로 변환할 필요가 없다. 전선과 광 케이블 사이에서 일어나는 광자와 전자의 변환은 정보 소통을 느리게 만든다. 대개 인터넷 네트워크에 뜨는 정보들은 개별 메시지당 수백 번씩 변환을 일으킨다. 변환 과정으로 인해 100일이 지나면 인터넷 교통량은 2배씩 증가한다. 인터넷 교통량 증가는 전체 시스템 마비를 초래한다. 시스템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광섬유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신형 전자 홀로그램은 정보 고속도로의 닫힌 문을 열고 차선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약속한다. 이 장치는 현재 미국 광학 회사인 트렐리스 포토닉스의 모든 광학적 지능형 스위치에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 공동 설립자이자 기술 총책임자인 애런 어그러넛 박사가 전자 홀로그램을 개발했다.




헬링크스(Helinx)라 불리는 '핵산 표적 기술'


미국의 경우, 수혈용 혈액은 고작 바이러스 6종과 박테리아 1종만 제거된 상태에서 쓰인다. 세포 비대 바이러스나 패혈증·말라리아 따위를 일으키는 병원균은 혈액 검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후진국은 더 심각하다.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있는 혈액 1천3백만 개가 검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혈되고 있다.


헬링크스 기술은 혈액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와 병원균을 막아준다. 적혈구·혈장·혈소판과 같은 혈액 구성물은 핵산을 함유하지 않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만 핵산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헬링크스 처리가 된 혈액을 UV 광선이나 화학 촉매에 노출시키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속의 DNA와 RNA는 활동하지 못하는 재생 불능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혈액 속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활동을 멈추고, 혈액은 그대로 보존된다. 헬링크스 기술은 암·혈액학적 장애·바이러스 백신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케러스 코퍼레이션 공동 설립자 겸 의료부문 총책임자인 코러시 박사가 개발했다. 그는 친구가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사망하자 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무기물 프린트 기판




'정말 싼' 인쇄기판 :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판에 쉽고 싸게 인쇄할 수 있는 컴퓨터 기판(왼쪽)과 이 기판에 전자 잉크로 인쇄한 글자(위).


일종의 전자 종이 기술로,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판에 쉽고 값싸게 인쇄할 수 있는 컴퓨터 기판(컴퓨터 회로 집합)이다. 모든 전극을 종이 위로 옮겨 놓아 프린터를 필요 없게 만든 셈이다.


이 프린트 기판을 이용하면, 플라스틱 판 2개와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전자 잉크 판으로 구성된 간판을 만들 수 있다. 두 플라스틱 판 중 하나는 투명한 전극이다. 간판에 나오는 영상은 호출기나 원격 컴퓨터, 또는 인공위성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간판의 회로판에 전파를 보내고 이 전파는 전자 잉크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전자 잉크를 움직이게 하는 데 드는 전력은 10분의 1W도 되지 않는 미세한 양이다.


종래의 조립식 기판은 제작하는 데에만 3주가 걸리고 비용도 비쌌지만, 이 무기물 프린트 기판은 제작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인다. 〈디스커버〉는 '정말로 싼 기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잉크 사 공동 설립자로 유명한 MIT 미디어 연구실 조셉 자콥슨 박사의 창조물이다.




매직 북(Magic Book)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책에 있는 사진을 3차원 영상으로 '둔갑시키는' 특수 안경. 컴퓨터에 연결된 이 안경을 쓰면 책 속의 2차원 영상이 3차원 물체로 보인다. 특수 안경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가 책 속의 영상을 가상 현실로 창조하는 것이다. 독자가 머리를 움직이거나 책을 옆으로 기울이면 가상 세계에서처럼 대상의 다른 쪽 면을 볼 수도 있다. 이 장비를 착용하고 〈피터팬〉을 읽으면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 앨리스와 함께 지하 터널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낀다.


매직 북은 오락용뿐 아니라 의료용으로도 쓸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환자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결과와 결합하면, 의사들은 어려운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의 신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워싱턴 대학 마크 빌링허스트 박사의 작품이다.




내추럴웍스 플라스틱




옥수수 플라스틱 : 옥수수를 발효하고 증류해 플라스틱을 만든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를 옥수수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다.


대개의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든다. 그러나 내추럴웍스 플라스틱은 옥수수를 발효하고 증류해서 만들었다. 발효와 증류 과정을 거치면 옥수수는 포장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고 섬유로도 이용할 수 있는 폴리머와 수지로 변한다. 내추럴웍스 플라스틱은 필름을 포장하고 컨테이너를 가열 성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 의복 섬유와 카펫, 사무실 가구를 비롯하여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대체할 수 있다.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천연 재료를 이용한 덕에 잘 썩어 환경 오염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 카릴 도우 엘엘씨 사 기술소장인 패트릭 그루버 박사가 개발했다.




광학과 자기학적 복합 공진 현미경




현미경과 자기공명영상장치의 장점을 결합한 특수 현미경. 자기적 공진 현상 원리와 공초점 마이크로 현미경을 결합했다. 광학 현미경은 미세한 것을 볼 수 있지만 시선이 가는 특정 부위밖에 관찰할 수 없으므로 사물의 속은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러나 자기공명영상장치는 자장 원리를 이용해 사물이나 조직을 조각조각 나누어 관찰할 수 있으므로 사물의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두 원리를 결합해 미세한 세포의 겉뿐 아니라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 광학과 자기학적 복합 공진 현미경이다.


기초 세포 연구 분야에 이용하면, 세포의 활동과 오염 등 외부 자극에 의한 반응들을 관찰할 수 있다. 병든 세포 발견과 진단 그리고 환자의 치료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미국 태평양 북서국립연구소 로버트 윈드 박사의 발명품이다.




연소 제어(SCC) 엔진


사브(SAAB) 자동차 사가 개발한 특수 엔진으로, 자동차 오염 물질을 크게 줄여준다. 종래의 내부 연소 가솔린 기관을 재개발한 것으로, 배기 가스 중 완전 연소되지 않은 물질을 다시 연소에 활용하는 원리이다. 엔진 성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연료 소비도 10% 가량 줄인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정도 줄이고, 다른 성분 배출도 최대 75%까지 감소시킨다. 사브 사의 에릭 올로프손 박사가 연구했다.




지뢰 탐지기




잔디 깎는 기계와 비슷한 이 지뢰 탐지기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폭발물도 찾아낼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을 감지할 센서가 있어, 지뢰에 흔히 쓰이는 수소를 감지해 낸다. 요즘에는 금속 탐지기에 발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뢰가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이 신형 지뢰 탐지기 앞에서는 플라스틱 지뢰도 꼼짝 못한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지뢰는 전세계 70여 나라에 1억1천만 개가 묻혀 있으며, 매일 70여 명이 지뢰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 이를 모두 제거하려면 1만1천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신형 지뢰 탐지기가 등장함으로써 그 기간이 상당히 단축될 전망이다. 신형 지뢰 탐지기는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고, 10여 분 만에 100㎡를 훑을 수 있다. 또 종래 제품보다 작동 방법이 간편하다. 미국 태평양 북서국립연구소 리처드 크레이그 박사가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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