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쫓으려다 혼수 상태 빠질라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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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효과 큰 모기약 사용법/
밀폐된 곳에서 많이 뿌리고 피우면 '위험'할 수도


한여름 밤의 모기처럼 귀찮은 존재가 또 있을까. 사실 모기가 하루에 빨아먹는 피의 양은 우유 한 방울만큼도 안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기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 찾아올지 모르는 전염병과, 물린 뒤에 겪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때문이다.




모기는 본래 식물의 즙이나 이슬·과즙 등을 먹는다. 따라서 사람의 피는 모기의 먹이가 아니다. 암모기가 사람의 피로 배를 채우는 까닭은 단 하나이다. 숫모기와 교미한 뒤 갖게 되는 수정란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국립보건원 의동물학과 이종수 박사에 따르면, 암모기는 6개월 정도 살면서 50∼60 차례 '피 사냥'에 나선다.


모기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7m 밖에서 색을 구별하는가 하면, 20m 밖에서 동물이나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 모기가 땀·발 냄새 나는 사람과 체온이 높은 사람, 그리고 신진대사가 활발한 어린이에게 더 쉽게 달라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뿌리는 모기약, 노약자에게 해로울 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기는 지상 2m 이상을 날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요즘 모기는 다르다. 승강기나 계단을 통해 25층에도 올라간다. 가끔 14∼15층까지 고공 비행을 감행하는 모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살충제에 대한 면역력까지 생겨 이래저래 사람들만 더 곤혹스럽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각종 모기 퇴치법을 동원해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기의 접근을 막기 위해 쑥으로 모깃불을 피우거나 모기장을 치고, 연막 방역 소독을 했다. 하지만 퇴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같은 낭만적인 퇴치법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새로운 퇴치법이 속속 등장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기 퇴치 수단으로는 에어졸·전자매트·액체 전자 모기향·모기향·모기향초·모기장·기피제·초음파 퇴치기가 있다.


에어졸은 통 안의 살충액을 분사하여 모기를 직접 박멸한다. 대부분의 제품이 피레스트로이드계 성분의 살충 원액을 함유하고 있으며, 천연액화가스(LPG)로 충전되어 있다. 약효가 뛰어나 효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인체에 쉽게 닿을 수 있어 다른 제품에 비해 안전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몸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피부나 어린이 장난감 등에 살충액이 닿으면 반드시 비눗물로 씻어내야 한다. 최근에는 독한 석유 냄새 대신 솔향을 첨가한 제품과 아예 냄새가 나지 않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쑥을 태워 모기를 쫓던 방법을 '계승'한 모기향은 가장 널리 쓰이는 퇴치 수단이다. 불을 붙여 태우는 코일형과, 전열판에 끼워 살충제 성분을 휘발시켜 모기를 쫓는 두 가지 형이 있다. 두 방법 모두 모기의 신경을 마비시켜 죽게 하는 살충 성분과, 사람에게 달려들지 못하도록 하는 혐오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모기 퇴치력이 높다. 하지만 연기 냄새가 독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싫어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값이 싸고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텐트나 방안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깡통 모양의 제품까지 나왔다.


액체 모기향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품이다. 살충 원액을 심지를 통해 태우는데, 약효가 8∼10시간씩 지속되어 새벽 모기까지 방제한다. 한번 끼운 뒤 두세 달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장점이다. 때문에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밀폐된 장소에서 사용하면 재채기·비염·천식·혼수·두통·구역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기가 그리 많지 않다면 잠자기 전에 3∼4시간만 켜놓아도 안심할 수 있다.


전문가
"사용 설명서대로 쓰면 문제 없다"


전자 매트 모기향의 원리는 액체 모기향과 같다. 살충 성분이 들어 있는 장방형 매트(펄프)를 훈증기 발열판 위에 올려놓으면, 매트 안의 살충 성분이 휘발하며 모기를 물리친다. 매일 갈아끼우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매트가 나왔다. 매트 한 장으로 웬만한 공간을 다 방어할 수 있다.매트의 파란색 색소는 살충제가 아니라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색소이다. 살충 성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첨가한 것이다.


주의할 점은 가급적 잠자리와 훈증기를 멀리 떼어놓으라는 것이다. 화재 위험은 없지만 이불 등이 닿으면 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 묻은 손으로 훈증기를 만지는 것도 위험하다. 발열판에는 어린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온도가 150∼170℃나 되어 델 수도 있다.




야외에 나갈 때는 모기향보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와 개인용 모기약이 더 효과적이다. 초음파 퇴치기는 가장 '진화'한 모기 퇴치법. 산란을 앞두고 흡혈을 하는 암모기는 특이하게도 숫모기를 싫어한다. 이 점에 착안해 초음파 모기 퇴치기가 탄생했다. 즉 숫모기 날개 소리와 비슷한 주파수(120∼150KH)를 발생시켜 암모기의 접근을 막는 것이다. 시중에는 모기의 천적인 잠자리 날갯짓 소리를 내는 초음파 퇴치기도 있다. 실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약 40종의 모기에 효과가 있다.


개인용 모기약은 팔이나 다리에 발라 모기를 퇴치한다. 지독한 약효 덕에 모기나 벌레들의 접근을 차단하나, 얼굴이나 아기 몸에 닿으면 해로우므로 주의한다.


그 외 몸이나 벽에 붙이는 모기약·모기향 양초·모기 퇴치 전구·말린 쑥 등을 이용해 모기를 피할 수 있다. 사용하는 가정이 점점 줄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의외로 모기장 사용을 권유한다. 살충제에 노출될 확률도 적고,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펴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기약이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식품의약안전청 생화학약리과 강석연 연구원에 따르면, 모기약의 기본 성분은 기초적인 독성 시험을 거친 것들이다. 물론 사용 양이 지나치면 현기증·두통·어지럼·구역질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준 양만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강연구원은 "모기약을 사용할 때 사용 설명서를 읽고 그대로 따라하면 아무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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