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체조'는 열대야 잠 도둑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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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불면 퇴치법/두부·달걀·생맥산차 '효과'


잠이 보약이다.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잠만한 약은 없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로 사람들이 대부분 잠을 설치고 있다. 늦은 밤까지 잠을 못 이루고, 간신히 눈을 붙여도 비몽사몽의 경계를 넘나들다 깨곤 한다. 잠이 모자라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고 무슨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게 마련이다.




사람이 숙면을 취하는 데 가장 좋은 온도는 18∼20℃. 숙면을 위해서는 깨어 있을 때보다 체온이 1∼2℃ 떨어져야 하는데, 밤 기온이 25℃를 넘나들면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체온을 떨어뜨리려면 중추신경계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중추신경계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잠들지 못하고, 자더라도 자주 깰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날씨 탓만 하면서 잠을 설칠 것인가. 열대야에도 잠을 푹 잘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강섭 교수(강북삼성병원·정신과)는 "수면 위생을 잘 지키면 푹 잘 수 있다"라고 말한다. 건강하려면 보건 위생을 잘 지켜야 하는 것처럼 잠을 잘 자려면 수면 위생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 위생의 첫 번째 지침은, 수면을 돕는 음식과 방해하는 음식을 가리는 일이다. 커피·홍차·초콜릿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은 물론 담배와 술도 멀리해야 한다. 니코틴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만성 불면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술을 마시면 잠들 때는 도움이 되지만, 자주 깨게 되므로 숙면을 방해한다.


반대로 잠이 잘 오도록 돕는 음식은 두부·달걀·우유·바나나 등이다. 한방에서는 생맥산차·대추차·둥굴레차·오미자차가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맥문동·오미자·인삼 등을 함께 넣어 끓인 생맥산차는 숙면뿐 아니라 수분과 기력을 보충하는 데도 효과가 있어 여름철 필수 음료로 꼽힌다.


밤 늦은 시간에 하는 격렬한 운동은 잠의 '적'이다. 체온이 떨어질 때 졸음이 오는데,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오르고 자율신경이 흥분해 잠이 쉬 오지 않는다. 최소한 5∼6시간이 지나야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들기 5∼6시간 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늦잠을 자더라도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낮잠을 피하는 것도 숙면의 지름길.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잤다가는 생체 리듬이 망가져 불면의 악순환을 거듭하기 쉽다. 또 낮잠을 자는 사람 중 열의 여덟은 밤잠을 잘 못 잔다는 통계가 있다. 이 역시 생체 주기가 깨지기 때문이다. 단, 30분 이내의 낮잠은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영양제'가 될 수 있다. 잠 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하는 샤워도 숙면을 돕는다. 샤워를 하면 긴장감이 풀리고 땀구멍이 열려 체온이 외부로 잘 빠져 나가므로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샤워 뒤 물기를 적당히 남겨 두면 증발하면서 체열을 낮출 수 있다.


높은 베개·엎드려 자기, 숙면 방해




불면은 가라 : 대자리(맨 왼쪽)와 생맥산차·대추차 같은 한방차(왼쪽)도 숙면을 돕는다.


잠을 자는 자세도 중요하다. 잠자는 동안에는 척추가 편안해야 하고, 근육이 긴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높은 베개는, 목뼈를 억지로 펴기 때문에 목뼈와 근육을 긴장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잘 때에는 베개를 무릎 사이에 집어넣는다거나 다리를 높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엎드려 자는 것은 금물이다. 근육이 긴장되고, 인대가 늘어나기 쉽다. 엎드려 자면 디스크에 걸린 것과 똑같은 통증을 밤새 느끼고, 기도가 눌려 호흡이 곤란해져 깊이 잠들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뒤척이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일을 하다가 졸릴 때 잠을 청해야 한다.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만으로 열대야 불면을 극복할 수 없다면 조상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옛날 조상들은 여름이면 모시 적삼을 걸치고 메밀로 속을 채운 베개나 대나무 베개를 베고 대자리에 누워 죽부인을 안고 잠으로써 열대야를 이겨냈다. 대나무 줄기를 얇게 잘라 엮어 만든 죽부인은 피부에 닿아도 땀이 나거나 끈적이지 않는다. 이들은 몸의 열을 식혀 주는 작용을 한다. 요즘에는 습기 제거와 탈취 효과를 갖고 있는 참숯 베개가 숙면용 베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물건들은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대나무 제품은 색상 배열이 고르고 표면에 가시가 없으며 매끄럽고 푸른빛이 많이 도는 것이 좋다. 노란색이 많이 나는 제품은 질이 나쁜 대나무를 깎아낸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죽부인은 대나무 줄기를 지긋이 눌러보았을 때 탄력성이 있고, 가장자리 마감 처리가 잘된 것을 고른다. 대자리는 두께가 얇을수록 고급 제품이다. 사각 귀퉁이의 마감처리와 박음질이 잘 되었는지 꼭 확인한다. 참숯 베개는 값싼 대나무보다는 참나무로 구운 숯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아로마를 목욕물에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베개나 이불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고 자도 잠자리가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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