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길 자연 다큐/해양 생태계 여행⑤] 해마
  • 제종길(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
  • 승인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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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같은 남편 어디 없나?/
수컷이 알 낳아 평생 혼자서 부양…중국인에겐 '최고 정력제'


바다의 말 해마(海馬)는 영어 이름도 시-호스(Sea-horse)이다. 머리 생김새가 말과 닮았고, 곧추선 자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리라. 영화 〈인어공주〉에서 용왕의 마차를 끈 생물도 해마였을 것이다. 성실한 말을 닮아서인지 아니면 특이한 생김새 덕분인지 해마는 바다의 어떤 생물보다 인간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 중세에는 유럽 귀족 가문의 문장에, 현대에 와서는 수많은 다이빙 단체나 해양 관련 단체 로고에 등장한다. 바다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해마만큼 인기를 얻는 생물은 없을 것이다.




해마는 실고기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이다. 처음 보는 이는 해마를 물고기로 여기지 않는다. 물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지도 못하고 물고기라고 할 만한 구석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등에 작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이 지느러미는 해마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해마에게서 맨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긴 주둥이와 큰 가슴 그리고 말려 있는 꼬리이다. 보통 때는 꼬리로 해조류를 말아 감고 지낸다. 해조류와 함께 물 속에서 태평하게 수류에 몸을 내맡기고 하늘거리면서 먹이를 기다린다. 물 속 유기물이나 작은 생물을 잡아먹지만 새우류를 가장 좋아한다. 새우가 해마 주둥이 앞을 지나면 재빨리 훅 하고 빨아들인다.


오래 전부터 여성해방론자들은 여성운동의 상징으로 해마를 쓰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을 지나치게 경시한다는 느낌을 줄까 봐 해마를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마 수컷의 헌신적인 자세는 현대 여성이 찾는 배우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암컷은 새끼 낳자마자 곧바로 '가출'




해마는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 산란철이면 암컷은 수컷 꼬리 근처에 있는 육아주머니에 수란관을 집어넣고 알을 낳는다. 알은 부화한 뒤에도 1주일 정도 육아주머니에서 머무른 뒤 밖으로 나간다. 이때부터 수컷은 고생길로 접어든다. 한 번에 8백∼9백 마리나 되는 새끼를 보살피는데, 먹는 것도 잊은 채 주둥이로 바람을 불어넣어 가며 새끼들의 호흡을 돕는다. 암컷은 산란한 다음 바로 가출해 버리고, 혼자 남은 수컷만이 둥지 몇 m 안에서 자식을 부양하며 평생을 보낸다.


중국 사람들은 해마를 최고의 정력제로 여긴다. 더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고 한다. 보신 식품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마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아마 추운 지역에 사는 우리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까닭이리라. 중국 경제의 주름살이 펴지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이 상어와 해마라고 한다. 중국인이 1년에 한 마리만 먹어도 1년에 10억 마리가 사라진다. 싱가포르에서는 해마 드링크제까지 판매된다고 한다. 최근 10년 사이 동남아 지역에서 해마가 마구잡이로 포획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씨가 말랐고, 특정 종은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해마를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통에 따른 중국인의 사고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 해마 보존주의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남아 지역 어민에게 해마 양식을 권유하고 있다.


때마침 유럽과 미국에서 해마 사육 붐이 일어 양식업자들은 큰 희망을 갖게 되었다. 크기가 10cm 미만이니 넓은 장소도 필요 없고, 양식 기술만 확보하면 중국인을 상대로 큰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제종길 박사의 해양 생태계 여행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 다음 호부터는 이완옥 박사의 민물고기이야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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