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화초 '수생 식물' 키우는 법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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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없는 거실에 연꽃이 '활짝'/

물·햇빛만 충분하면 재배 간단…파리지옥은 해충도 퇴치


충남 서산에 있는 개심사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이 절은 언제 찾아가도 조용히 사람을 반긴다. 뜰 앞의 자그마한 연못가에 서면 눈까지 맑아진다. 눈과 마음을 씻어주는 것은 탁한 못물이 아니다. 그 위에 다소곳이 드리운 수련이다. 운이 좋으면 곱게 여민 꽃봉오리와 우아한 꽃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꽃은 여름 한철에만 핀다. 바쁜 사람이 볼 수 있는 꽃이 아닌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 쑥부쟁이(위 오른쪽) 같은 들꽃을 키우다 보면 보잘것없는 잡초에도 애정을 갖게 된다.


〈우리 들꽃〉을 펴낸 김필봉씨(시인)는 수련이나 연꽃을 좋아하지만 일 때문에 쉽게 물가로 눈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수생 식물을 권한다. 김씨는 "조금만 부지런하면 겨울에도 집안에서 활짝 솟은 연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레옥잠·은행잎고사리는 천원 안팎


수생 식물은 뿌리와 줄기가 물에 잠기고, 잎은 물 위에 떠 있는 화초를 말한다. 그 가운데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것으로는 수련·노랑어리연·생이가래·물양귀비·꽃창포·은행잎고사리·부레옥잠이 있다. 이들 수생 식물은 야생에서조차 보기 힘들어, 집안에 들여놓으려면 다리품을 좀 팔아야 한다. 서울에서는 목동의 '행복한 세상 백화점'이나 양재동 '화훼 단지'에 가면 구할 수 있다. 가격은 한 포기에 5천∼3만 원 한다. 부레옥잠이나 은행잎고사리 등은 한 뿌리에 천 원 안팎에 살 수도 있다.




집안 풍경이 바뀐다 : 물과 어우러진 수생 식물은 집안 분위기를 싱그럽게 만든다. 수반에 담긴 어리연(위 왼쪽)이 더없이 매혹적이다. 오른쪽은 파리지옥·끈끈이주걱 같은 습지 식물로 만든 화분이다.


수생 식물 키우기는 난이나 다른 화초 키우기와 다를 바 없다. 김필봉씨는 물과 햇빛만 잘 챙겨주면 오히려 난보다 더 키우기 쉽고, 생명도 오래 간다고 말했다. 수생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햇빛이다. 하루 종일 햇빛을 쪼여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아침부터 오후 2,3시까지 빛이 드는 곳에 두어도 무방하다. 겨울나기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성장을 멈추고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적당히 햇빛만 쪼여주면 된다.


물은 수돗물을 받아 두었다가 서너 시간 뒤에 주되, 자주 갈아줄 필요는 없다. 수위가 좀 낮아졌다 싶을 때 예전만큼만 채워주면 된다. 물을 너무 자주 갈아주면 온도 변화가 심해 꽃이 늦게 피고, 핀다 하더라도 금세 지고 만다.


소 여물통·돌절구에 키우면 운치 더해


수생 식물은 소 여물통이나 돌절구, 돌확 등에 넣고 키우면 훨씬 볼품이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쓰다 버린 항아리, 큼지막한 유리병, 유리컵이나 수반을 이용해도 제법 운치가 있다. 수생 식물과 그것을 키울 용기를 갖추었다고 재배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생 식물이 물만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므로, 밭흙이나 생명토를 준비해 용기 아래쪽에 적당히 깔아 주어야 한다. 밭흙이나 생명토는 일반 화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수생 식물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파리지옥·끈끈이주걱 같은 습지·식충 식물이나, 쑥부쟁이·구절초(들국화)같이 늦여름부터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키워도 좋다. 특히 파리나 모기를 유인해 잡아먹는 파리지옥이나 끈끈이주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값은 습지·식충 식물이 한 뿌리에 5천∼1만5천 원 안팎이고, 쑥부쟁이는 3천원 정도 한다.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의외로 그 일이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한다. 개처럼 재롱을 떨지도 않고 새처럼 노래하지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이다. 또 집안의 공기를 정화하고,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까지 일깨운다고 말한다.


한 가지 주의 사항. 집에서 키우겠다고 들녘의 수생 식물을 함부로 채취하다가는 큰일난다. 대부분 보호종이어서 꽃보다 먼저 벌금 통지서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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