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 3대 알레르기 질환 퇴치하는 한방 · 민간 요법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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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건강 테러범' 제압하라
날씨가 선선해져 활동하기 좋다고 방심하다가는 건강을 그르치기 딱 좋은 계절이다. 건조한 기후와 일교차를 틈타 공격하는 감기 바이러스에서부터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까지, 환절기에는 건강을 노리는 복병이 널려 있다.


복병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철저한 예방인데, 양방보다는 한방이 더 다양한 편이다. 최근에는 한방으로 예방뿐 아니라 치료 효과를 본 환자도 늘고 있다. 김윤범 교수(경희대한방병원·안이비인후클리닉)는 "환절기 질병 대부분이 화학적 치료를 받기보다는 몸의 면역력을 길러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단일 처방으로 치료하는 양방보다 복합적인 처방으로 체내 면역력을 키우며 증세를 다스리는 한방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계절이 바뀔 때 사람들이 가장 쉽게 걸리는 질병은 감기이다. 여름내 무더위에 지쳤던 몸이 신체 리듬을 회복할 사이 없이 밤낮으로 급격하게 바뀌는 기온 차에 시달리면서 감기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뜨겁고 얼큰한 콩나물국만 먹어도 나을 수 있지만, 노인이나 어린이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은 여간해서 떨쳐내기 힘든 것이 감기이다.


생강·도라지·감초·마늘 '감기 천적'


한방에서는 감기를 추위에 몸이 상해서 생기는 병으로 보고, 상한(傷寒)이라고 부른다. 상한은 자연 환경과 개인의 체질, 오장육부의 허실과 관계가 깊다. 한의학에서는 기침과 콧물이 심할 때에는 삼소음을 쓰고,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며 목이 아플 때에는 인삼패독산이나 구풍해독탕을 처방한다. 기침이나 해소가 심하면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백강화탕을, 콧물과 재채기가 나올 때에는 계지탕이나 가미이진탕을 쓴다. 이들 약은 추위에 상한 몸을 추스르고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구실을 한다.


평소 감기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강·도라지·감초·마늘을 섭취하고, 한방차를 수시로 마시라고 한의사들은 권한다(81쪽 상자 기사 참조). 이들은 유행성 독감이나 감기·두통·기침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기 다음으로 흔히 발생하는 것은 알레르기성 비염·피부염·천식 등 3대 알레르기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기가 부족할 때 알레르기가 발생한다고 본다. 전영수 원장(유진한의원)은 "인체의 기가 강하면 병균이 침범하지 못하거나, 침범해도 병에 걸리지 않는데, 인체의 기가 떨어지면 병원균이 쉽게 침투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기를 보하고 순환을 조절해 잘 흐르게 함으로써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한다.




구체적인 치료 방법은 증세에 따라 다르다.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에는 한약과 침을 함께 처방하고, 천식은 약으로만 다스린다. 예컨대 천식에는 맥문동탕·청상보하탕·소청룡탕·해표이진탕을 처방하고, 비염은 소청룡탕·가미보중익기탕·통규탕으로 다스린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온청음·방풍통성산·청기산 처방을 증세와 체질에 따라 투여한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는 탁한 혈액을 깨끗이 하고 피부 호흡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온도나 습도 따위에 적응할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강동철 원장(인제한의원)은 집먼지 진드기, 털이 많은 고양이나 개, 실내 곰팡이와 꽃가루 같은 발병 원인 물질을 피하라고 권한다.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각각의 알레르기에 좋거나 나쁜 음식을 구분해서 섭취하는 식습관도 필요하다.


천식 환자, 육류·생선·우유 피해야


천식 환자에게는 채식이 좋다. 육류·생선·우유는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마늘, 푸른잎 야채, 과일, 여과하지 않은 꿀, 씨앗류, 곡류의 싹(콩나물 종류), 콩류·메밀 등과 같이 망간을 함유한 음식을 자주 먹어야 한다. 설탕·아이스크림과 정제 가공 식품은 피해야 한다. 귤이나 마늘의 생즙은 천식을 잦아들게 하는 데 효과가 크다. 평소 마늘 생즙이나 서양 겨자를 당근 생즙에 섞어서 마시고, 아침 공복에는 귤이나 레몬 생즙을 물에 타서 마신다. 또 식간에 물로 희석한 귤 생즙을 찻숟가락으로 두세 번 마시면 좋다.


재채기가 심하고, 맑은 콧물이 주르르 흐르거나 항상 코가 막히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 좋은 음식은 무와 생강이다. 무를 강판에 갈고 두 줌 정도의 생강을 약간 갈아서 섞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식기 전에 마시면 된다. 식물 수세미 2개 정도를 주전자에 넣고 약한 불로 3∼4시간 끓여 수시로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민간 요법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금물이다. 전영수 원장은 "민간 요법은 예방하거나 가벼운 증세를 다스릴 때만 쓰고, 증세가 심해지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은 별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더운 방에 들어가거나 더운 물로 목욕하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므로, 목욕은 미지근한 물에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자주 목욕하는 것도 피하고, 목욕한 뒤에는 보습제를 꼭 바른다. 비누는 겨드랑이나 발 주위에만 사용하고, 피부의 가려움증이나 화끈거림을 유발하는 향수나 화장은 피해야 한다. 땀 흡수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모직·합성 섬유·실크 직물로 된 내복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므로 아예 입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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