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통일이 매일 이뤄진다”

에버라르트 드프겐 베를린 초대시장 인터뷰 / “동베를린 생활수준 높이는 데 주력”

1991-03-21     베를린.김호균 통신원

아직 연방의회와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으나 통일독일의 수도로 정해진 베를린의 소대시장으로 선출된 에버하르트 디프겐(50ㆍ기민당)씨는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고 있는 사람이다. 베를린에서 태어나 줄곧 베를린에서만 살아온 디프겐시장이 맡고 있는 ‘통일 베를린’의 살림은 곧 통일독일 전체 살림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주의원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딘 디프겐 시장은 84년부터 89년까지 서베를린 시장을 역임했다. 사민당에 패배한 후 통일 이후인 작년 12월 선거에서 사민당과 대연정을 맺어 재선됐다.

●통일 베를린 초대시장으로 선출된 후 첫 번째 하신 일은 무엇입니까?
새 베를린정부는 우선 사회보장지원금제도를 단일화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매일 실질적인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베를린시를 독일이라는 통일열차에 기관차로 만들 것입니다.

●통일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 연방의회가 정부가 들어서 있지 않아 베를린시는 ‘상표사기’라고 시장께서 표현했습니다. 베를린으로 의회와 정부가 옮겨오면 어떤 구체적인 이점이 있습니까?
독일정부의 기능은 수도인 베를린에서 수행되어야 합니다. 통일이후 새 독일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베를린을 무시한 어떤 결정도 역사적 상황에 맞지 않으며 역사 앞에 영구적인 수 없습니다. 베를린은 정치지도자들이 통일독일의 발전을 위해 일할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베를린이 수도로서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제적 발전을 이뤄야 새로운 구 동독 5개주에도 희망을 줄 것으로 봅니다.

● 동베를린을 재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동베를린의 사회가접자본 전체가 형편없이 낡아서 동서베를린 시민의생활수준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서베를린에 비해 40년이나 뒤진 동베를린의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주택과 도로를 보수하고 병원과 경제를 복구하며 행정기구와 경찰, 사법기구를 개편하고 현대적인 금융체제 및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며 연구 및 교육수준을 서베를린 수준에 맞추는 등 우선 순위의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생활수준이 같아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우리는 앞으로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입니다. 동베를린 사람들이 그들의 운명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생활수준이 같아질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같은 일은 베를린시 혼자서만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구 동독과 구서독 전체의 생활수준 격차가 동시에 극복돼야 하는 것도 선결과제입니다. 어쨌든 베를린시가 이점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합니다.

●동베를린에서는 실업이 급증하고 있고 서베를린에서는 노동자 특별수당이 폐지될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독일통일이 동서베를린에 어떤 이득을 준다고 봅니까?
베를린은 이제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닙니다. 주변지역과의 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독일 전체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구 밀집지역인 베를린과 주변지역간에 분업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구 동서베를린 또는 구 동서독이 모두 경제적ㆍ문화적ㆍ지방행정적 차원에서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지난번 선거에서 시장이 속해 있는 기민당은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동베를린 사람들이 차별당한다고 느끼지 않게 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임금은 1~2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균등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베를린 사람들에게는 덤핑임금과 불법노동의 위험이 줄어드는 이점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동베를린에서 수입이 늘게 되면 서베를린의 보조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슈피겔≫지의여론조사에 따르면 88%의 동독인들이 ‘2등시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느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구 동독인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불만의 이유는 나름대로 정당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드이 자신감을 갖도록 북돋아주고 정당한 이익을 추구할수 있도록 우리가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이 목표는 현 연립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우선 순위에 포함돼 있습니다.

●윌레만 연방경제장관은 한 기자회견에서 통일비용을 “잘못 평가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동독이 파산할 우려가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볼 때 통일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지 않습니까?
통일 이외의 대안은 없었습니다. 또 우리에게는 통일을 어떻게 이루어야 하느냐에 대한 역사적 예나 경험도 없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황을 새로 분석하고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고 필요한 수정을 가해야 할 뿐입니다. “실행을 통해 배운다.” 이것이 우리 사회체제의 본질이자 강점입니다.

●베를린정부의 금년 재정은 튼튼하니까?
안전이나 안정은 일차적으로 재정문제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정치지도력의 문제입니다. 우리 연립정부는 주어진 자금으로-그것이 비록 우리의 현실적인 구상을 실현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동서베를린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에 투자할 것이며 또 그쪽으로 미래를 꾸며나갈 것입니다.

●남북한이 독일의 통일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점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베를린은 서울올림픽 이전부터 남북한의 대화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올림픽 단일선수단이 구성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역사적인 걸음이 될 것입니다. 스포츠에서의 통일은 정치ㆍ경제분야에서보다 쉽습니다. 인도적 분야와 문화분야의 교류도 공동으로 행동을 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