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그윽한 비취의 매혹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역대 최대 고려청자 전시회

2012-10-23     소종섭 편집장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온 서긍(1091~1153)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고려인은 도기의 푸른빛을 비색이라고 말한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비색(翡色)은 아름다운 빛, 푸른빛, 자연의 빛이다. 고려인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비색에 담아 쉽게 모방하기 힘든 예술로 승화시켜 청자를 만들어냈다. 고려청자를 들여다보노라면 어느새 자연 속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역대 최대의 고려청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10월16일부터 12월16일까지 여는 기획특별전 ‘천하 제일 비색 청자’(부제: 아름다운 푸른빛, 고려청자를 만나다)가 그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물론 국내외에 소장된 청자 가운데 엄선한 3백50여 점이 선을 보인다. 그야말로 ‘청자의 향연’이 펼쳐지는 드문 전시회이다. 국보 18점, 보물 11점,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2점 등 최상급 청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고려인들의 서정성과 화려한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조형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나 고려적인 미감이 잘 드러나 있는 ‘청자 어룡형 주자’(국보 61호), 국내에 처음 전시되는 일본 야마토 문화관 소장의 일본 중요문화재인 ‘청자 구룡형 정병’ 등이 대표적이다. 깊어가는 가을, 청자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