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는 포기해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는 포기 못한다?

2016-09-12     김경민 기자

애플에게 ‘자동차 산업’은 오랜 꿈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애플은 지난 2년 간 비밀리에 자율주행차 개발 산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하야 바로 ‘타이탄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애플은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이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 왔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올 초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며 애플의 자동차 산업 부문이 실재함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애플카’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 같다. 적어도 애플 카 프로젝트는 지금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비밀리에 추진해오던 ‘타이탄 프로젝트’의 참여 인력을 최근 대거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9월9일(현지시간) 최근 이 프로젝트에서 해고된 세 명의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으면서 수십 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베일에 가려있던 ‘애플카’ 개발은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동차 산업 베테랑들과 배터리 전문가, 컴퓨터 영상 시스템인 머신 비전 분야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영입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애플 내부 인력이 타이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우도 이어졌다. 익명의 애플 해고자들은 뉴욕타임스에 “타이탄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팀의 규모가 1000명 이상으로 불었다”고 말했다. 

 

팀의 규모는 커졌지만 해결돼야할 문제는 많았다. 자율주행차량 개발사업에는 이미 BMW,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상황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처음인 애플은 이들 기업과 기술적 차별화를 할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더불어 애플 카 프로젝트를 이끌 수장의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2년 간 애플카 프로젝트를 견인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올해 초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이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다 올해 7월 전 하드웨어 기술담당 수석 부사장이었던 밥 맨스필드가 영입되면서 채워졌다. 

 

업계는 이번 대량 해고가 의미하는 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는 분위기다. 이전 해고가 타이탄 프로젝트의 새 수장으로 온 밥 맨즈필드의 작품인 만큼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이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량 산업 가운데 차체 개발 및 디자인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당초 2020년으로 잡았던 애플 카 출시일이 2021년으로 미뤄지면서 아예 산업경쟁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형보다는 기반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애플카 전략의 변화는 7월 말 이미 감지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7월29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애플은 블랙베리 출신 자동차 소프트웨어부문 수석개발자 댄 다지를 영입했다”며 “내부 소식통은 최근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올해 초 주주총회 미팅에서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리던 기분을 기억하나.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어떤 선물이 놓여있을지 몰라 설레던 그 마음을 기억하나”며 자동차 산업에서 애플의 혁신이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마음과 비교해 말했다. 애플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