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5%’와 ‘미스터 4%’, 남다른 프랑스의 탄핵 관심

한국 대통령 탄핵 상황 예의주시하는 프랑스

2016-12-09     김경민 기자

2016년은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 한불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로, 6월3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이 두 정상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들의 만남이란 굴욕적인 기록을 썼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4%’라는 저조한 숫자를 마주한 올랑드 대통령은 결국 내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현대 프랑스 역사상 재선 출마를 포기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헌정 사상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1월 첫째 주 이후 평균 5%에 머물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다.

 


한국과 프랑스의 불명예스러운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의 대통령은 각각 ‘탄핵’의 심판대 위에 서는 역사를 썼다. 올랑드 대통령은 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11월23일 탄핵안은 부결됐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결국 민심은 수습되지 않았고 12월9일 결국 탄핵됏다.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각국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두 대통령의 기막힌 인연. 박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었다. 대통령이 최순실씨라는 개인에게 대통령 연설문, 국정 계획, 일정 등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공유한 정황이 도화선이 됐다.

 

올랑드 대통령도 ‘국가 기밀 누설’이 탄핵 사유가 됐다는 점이 닮았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라는 제목의 대담집에서 시리아 대통령 암살을 지시하고 비밀 군사작전을 통해 그의 본거지를 파괴할 계획을 세웠다고 털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또 사회당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면서 사회당 의원이 할복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서로 남일 같지 않아서일까. ‘대통령 탄핵을 결의한 국회의원들’ ‘탄핵의 단두대 아래 선 대통령 박근혜’ ‘무당과 대통령’…. 어제 오늘 《르몽드》《르피가로》 등 프랑스 유력 일간지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한국 전문가’의 분석을 동원해 박근혜 인물탐구부터 한국의 야당과 여당의 움직임, 시민들이 목소리까지. 매일 1건 이상의 관련기사를 전하며 폭넓게 보도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프랑스 일간지들은 국내판 사이트에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르몽드》는 온라인판 1면에 ‘긴급 뉴스’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