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 文 대선가도에 걸림돌 될까

文의 재벌개혁 의지 도마에 올라

2017-01-25     박혁진 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면서 그 불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으로 튀고 있다. 1월19일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영장이 기각되자 이 부회장과 조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졌다. 한 동안 잠잠했던 재벌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다시 부각됐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재벌개혁정책도 검증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주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2005년 ‘X파일’ 사건 당시 MBC 기자였던 그는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가 특검 도입을 반대하고 막아섰다고 최근 자신의 SNS에서 주장했다. 

 


‘X파일’사건이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만나 나눈 사적인 대화가 김영삼 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재의 국정원)에 의해 도청·녹음됐고, 이 내용이 MBC에 의해 공개됐던 일을 말한다.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당시 사건의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일부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 했다. 검찰 수사도 별 성과가 없었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의 자세였다. 2005년 8월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도청 사실에 대한 수사는 이미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며 “특검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렵다. 오히려 특검에 맡긴다면 서너 달 후에나 (특검이) 활동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검찰 수사를 덮자는 얘기”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 사건이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 것은 2005년 X파일 사건과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여러 모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모두 ‘정경유착’의 성격을 띠고 있고,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 여기에다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 되는 문 전 대표가 이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휘발성이 높다. 이 기자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그 때 참여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X파일 사건을 조사했다면, 삼성이 다시 정경유착의 중심에 서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어진 것”이라며 “당시 대통령과 사정기관 사이를 조율하는 문 전 대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일이 재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표도 삼성의 정경유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당시 당·정·청의 입장이 모두 같은 상황이었고 실제로 특검 착수에만 몇 달씩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전혀 없는 발언”이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는데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공식적 대응과는 다르게 문 전 대표에게 이런 논란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점은 그의 대권 가도에 있어서 잠재적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진보세력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논란은 문 전 대표와 대결하고 있는 다른 주자들에게는 문 전 대표를 공격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