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통 바지’도 전략이다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는 ‘故육영수 여사’, 문재인은 ‘조지 클루니’, 안희정은 ‘버락 오바마’…이미지로 말하는 정치인들

2017-02-14     김경민 기자

바야흐로 이미지 시대다. 이미지의 중요성은 산업과 일상 영역을 뛰어넘어 정치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이제 대선후보들의 외형적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때론 공약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前) 대통령은 대선캠페인 동안 똑같은 양복을 5벌을 구해 번갈아 입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변함없는 패션으로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킨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통이 큰 헐렁한 양복을 주로 입었다. 다소 촌스러워보이는 이 패션 뒤엔 40~50대 백인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그의 아이덴티티를 강화․보강해주는 전략적 요소인 셈이다. 

 

때문에 상당수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되면 전문가들로부터 ‘코디 제안’을 받는다. 캠프마다 후보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분장까지 전체적인 이미지메이킹을 담당하는 코디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정치에 적극적 의미의 이미지메이킹 도입된 것은 2012년 대선부터다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재인은 할리우드 중견 배우 ‘조지 클루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백의 머리에도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로 꼽히곤 했던 배우의 이미지를 문 당시 후보에 덧입히면서 대중들로부터 호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박근혜 후보의 코디는 최순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붉은색’이란 칼라를 내세웠다. 겉옷부터 목도리, 신발까지 새누리당의 당색인 ‘빨강 콘셉트’로 밀어부쳤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목 깃을 세운 정장 투피스와 가방 역시 이때쯤 정형화됐다.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깃과 헤어스타일로 보수 지지층을 시각을 사로잡는 효과를 거뒀다. 이젠 그의 의상 컨셉과 가방이 누구의 작품인지 모든 국민이 알게 됐지만, 대선 후보 시절의 박근혜 캠프에서는 “옛날부터 박 후보의 옷을 만들어주는 아주머니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곤 했다. 

 

2017년 조기대선 정국으로 들어선 한국. 지난 대선보다 이미지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시계가 갑자기 빨라진만큼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유권자에 어필할 시간이 부족해 ‘이미지戰’의 성격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움’을 콘셉트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코발트색 넥타이를 종종 착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문 전 대표의 강점인 중후함과 깔끔한 멋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외형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줬다. 안 지사는 최근 디자이너로부터 전문적인 이미지 조언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정식에서도 셔츠와 넥타이 대신 목이 올라오는 니트 상의를 받쳐입어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고, 헤어스타일도 기존의 수더분한 도지사 이미지 대신 이마를 드러내는 세련된 방식으로 바꿨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우리도 오바마 같은 멋있고 쿨한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이미지에 안 지사가 가장 부합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도 코디의 조언을 받아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알려졌다. 2012년 대선출마 선언 당시 착용했던 핑크골드 넥타이는 정치인으로선 획기적인 선택이어서 패션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주로 블루 컬러 위주로 선택했던 정치인들과 달랐던 색감은 그에게 ‘뭔가 다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줬다. 또 평소엔 2대 8 가르마로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하다가 대선 출마 선언이나 신당 창당 등 중요한 일정에선 이마가 보이도록 헤어 스타일링을 하며 외형적인 변화를 통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