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슬픈 금요일’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탄핵․파면․구속 모두 금요일

2017-03-31     김경민 기자

 

네 번의 금요일. 오늘 새벽(3월31일) 서울구치소행이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의 기구한 운명의 시간표 위에 기록될 결정적 순간들이다. 탄핵안 가결, 파면 선고, 구속 결정 그리고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까지. 박 전 대통령의 인생사에 아로새겨질 주요 사건들이 발생한 일자를 돌이켜보면 공교롭게도 모두 금요일이었다.

 

 

■ 첫 번째 금요일…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1979년 10월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경호실장 차지철을 권총으로 살해한, 이른바 10․26 사태다. 박근혜가 겪은 첫 번째 수난의 금요일이다. 당시 27세였던 영애(令愛) 박근혜는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행사장에서 피살된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 두 번째 금요일…탄핵안 가결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표였다. 탄핵안 통과 즉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1979년 10월26일 이후 37년 만에 박 전 대통령에게 찾아온 두 번째 뼈아픈 금요일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이후 18년 간 은둔생활을 하던 박 전 대통령은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차떼기 스캔들․면도칼 피습사건 등과 같은 흑역사도 있었지만 천막당사․한나라당 비대위 체제 등 위기의 순간 정치적 면모를 발휘하며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해왔다. 그의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은 것이 2012년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었다.  과반 이상의 득표를 통해 당선됨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그였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정확히 4년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 세 번째 금요일…대통령직 파면

 

2017년 3월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헌번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이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한 즉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검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파면된 지 이틀 뒤인 3월12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3년 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떠났던 것과는 달리 불명예스러운 귀환이었다. 사저 복귀 9일 만에 처음 박 전 대통령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월21일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2014년 4월16일 이후 1073일이 지난 2017년 3월23일. 바닷 속에 잠겨 3년의 시간을 보낸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 

 


 

■ 네 번째 금요일…구속

 

마지막 금요일의 저주는 바로 찾아왔다. 3월31일 새벽 3시3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결정이 나왔다. 전날인 3월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서관321호 법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주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두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공소장에 언급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자신에 대해 제기된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적극 소명을 했으나 구치소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박 전 대통령은 탄핵·파면·구속 ‘3관왕’이란 오명과 함께 구치소에 수감되는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