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꽃놀이패 쥐고 있는 김정은

2017-08-16     박영철 편집국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는 핑퐁대전(大戰)이 점입가경입니다.

 

북한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탄도미사일로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이 붙으면 다윗은 방어에 급급한 게 정상인데, 북한이라는 다윗이 미국이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있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주된 패턴입니다.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보니 2차대전 후 첫 핵전쟁이 한반도에서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우리 사회에서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주식시장입니다. 안보불감증이 지배하던 서울증시는 7월25일부터 내림세로 돌아서서 8월11일에 39.76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주위에도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냐?” 하면서 묻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쟁이 날지 여부는 오직 신(神)만 알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 가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괌 주변에 미사일 사격을 하겠느냐는 것과 이에 맞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둘 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고, 특히 후자는 극히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낙관적인 견해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모두 이성적·합리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사 이래 발생한 모든 전쟁 중 ‘설마?’ ‘에이 그럴 리가?’ 하다가 발발한 전쟁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만 봐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연히 발생한 국지적인 마찰이 전면전으로 비화(飛火)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핵전쟁만 해도 지금은 한반도가 ‘핫 플레이스(hot place)’지만, 한반도 못지않게 위험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카슈미르라는 지역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죠. 아시다시피 두 나라는 핵보유국입니다. 감정도 몹시 안 좋아 서로 원수지간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후진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핵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뭘 뜻하는 것일까요. 핵이라는 기술이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차대전 무렵만 해도 핵이 최첨단 기술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평범한 기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핵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분쟁 당사국 중 하나는 핵을 갖고 있고 하나는 없는 경웁니다. 남한과 북한이 딱 여기에 들어맞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서로 핵을 갖고 있으면 아직까지는 ‘공포의 균형’이 작동됐습니다. 우리는 불행히도 핵이 없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왔고, 그 결과 이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핵공갈’을 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김정은은 지금 양손에 꽃놀이패를 쥐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자고 달려드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이런 식의 흐름 전개면 김정은이 손해 볼 일은 결코 없을 것 같군요.

 

대한민국 입장에서 상황은 점점 비관적입니다. 핵보유국인 북한을 비보유국인 남한이 당할 길이 없습니다. 미국이 있지 않느냐 하는 분이 있으면 빨리 꿈 깨시는 게 좋습니다. 미국이 북한한테 절절매는 게 안 보이십니까. 이제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방치했던 ‘자주국방’을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주국방에는 물론 핵도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