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연기”라고 말하지 않는 미국의 속내

올림픽 기간 훈련 중단 두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다른 표현 쓴 이유

2018-01-05     공성윤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4일 통화에서 뜻을 같이 한 부분이다. 간단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다. 군사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바라보는 양국의 온도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기간에 연합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셔도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홈페이지에 따로 올린 서면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군사훈련 ‘실시 않기’로 합의”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고, 미국 측에 이를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도 청와대와 같은 날 성명서를 냈다. 그 내용은 “미국과 한국 군대가 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양국 정상은 올림픽과 우리의 군사훈련을 조정(de-conflict)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백악관, “군사훈련 ‘조정하기’로 합의”

 

‘de-conflict’는 신조어다. 영국 옥스퍼드 온라인 사전에 의하면, 정확한 뜻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의 움직임을 조정한다”이다. ‘실시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표현과 뉘앙스 차이가 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의 성명서는 군사훈련이 미뤄졌다고 말하길 피했다”고 보도했다. 

 

왜 같은 내용을 이처럼 다르게 표현한 걸까.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월4일 비공식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이) 오로지 현실적인 결정인가, 아니면 정치적 제스처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우리에겐 현실적인 결정”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에게 (훈련 연기는) 흔한 쌍방 양보(give and take)”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장관은 다소 모순된 말을 내놓았다. ‘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거나 전환하는 군의 능력은 어떻게 된 건가’란 질문에 “그것은 국가 간 정치적 결정(political decision)이 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미 국방장관, 훈련 규모 축소에 대해 “정치적 결정”

 

계속해서 매티스 장관은 ‘훈련 연기 외에 북한과의 협상 시도가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훈련 연기에 관해선 ‘조정’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훈련을 멈췄지만, 미국의 대북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님을 암시한 셈이다. 매티스 장관은 “훈련은 평창 패럴림픽(3월 9~18일) 이후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워싱턴 이그제미너는 훈련 연기 소식을 전하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입장도 함께 실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12월19일 캐나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훈련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이어져왔고, 일정이 예정된 훈련을 바꿀 어떤 계획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미국 측에 훈련 연기를 요청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