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①] ‘은둔의 제왕’ 커튼 젖힌 김정은

트럼프·김정은 공동주연 ‘싱가포르 3일’ 밀착 취재(上)…김정은, 트럼프 쇼 메인 게스트로 데뷔

2018-06-15     싱가포르 = 송창섭·공성윤 기자

 

2018년 6월12일 오전 9시54분(현지 시각)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라는 뜻의 센토사(Sentosa) 섬 카펠라 호텔 양쪽 발코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정상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손을 맞잡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다. 나는 우리가 거대한 성공을 이뤄낼 것이며 커다란 딜레마인 이 문제를 풀어낼 거라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열리기까지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극복하고 이 자리에 왔다”면서 “나는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서방 언론을 상대로 한 첫 데뷔 무대여서 그런지 김 위원장의 얼굴은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나 역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고 반기면서 금세 풀렸다. 순간 포뮬러 원 경기장 피트(Pit)를 개조해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 곳곳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세기의 담판은 그렇게 화려한 막을 올렸다. 앞서 김 위원장이 말한 수많은 장애물은 북한을 반세기 넘게 은둔의 제국으로 만든 ‘굴레’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도 풀지 못한 이 숙제를 트럼프와의 담판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외신 반응은 합격점이다. 미라 베이커 싱가포르 미디어코프 기자는 “협정문에 비핵화가 명시되느냐 여부를 떠나,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긍정적”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파격을 이어갔다. 예상보다 10분 일찍 끝난 단독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발코니로 나와 취재진을 향해 “정말 좋다, 정말 좋다, 정말 좋은 관계다(Very good, Very Good, Excellent Relationship)”라고 말해 단독회담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베리 굿 베리 굿” 연발

 

두 정상의 기대감은 오찬 후 1시40분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이 역사적인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묻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된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자리를 위해서 노력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IMC 내 외신기자들은 그 순간 각자의 휴대전화를 꺼내 본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IMC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말한 중대한 변화란 무엇일까.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세유 베이 리 기자는 “은둔의 제왕이 커튼을 젖히고 트럼프 쇼의 메인 게스트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연출자는 트럼프”라고 말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신경 쓴 점은 정상국가로의 변신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붙은 ‘독재자’라는 수식어를 떼는 게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동의가 급선무였다. 김 위원장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 북한 외교의 전환점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다. 

 

※ 계속해서 ‘트럼프·김정은 공동주연 ‘싱가포르 3일’ 밀착 취재(中)편과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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