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건강식’ 착각이 미미쿠키 사태 키웠다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데 비싸기만 한 유기농…“불안감 이용한 상술”

2018-09-28     공성윤 기자

‘NO 방부제’ ‘유기농 밀가루’. 대형마트 제품을 재포장해 팔다 적발된 미미쿠키가 내걸었던 홍보 문구다. 이 업체는 유기농 등 건강에 좋다는 재료를 강조해왔다. 때문에 기혼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유기농이 몸에 좋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미미쿠키의 인기를 키웠던 셈이다. 

 


‘유기농이 몸에 좋다’는 착각

 

유기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건강에 더 좋거나 깨끗하다는 인식은 착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유기 농산물에 대해 ‘3년 이상 화학 비료나 화학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정의한다. 즉 유기농이 몸에 좋다는 인식은 화학 성분이 몸에 나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9월28일 시사저널에 “화학이란 단어 자체가 안전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식물이 섭취하는 모든 성분은 화학물질”이라며 “화학 비료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인 천연 비료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식물의 생육에는 질산과 인산, 칼륨 등의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이를 묶어 ‘비료의 3요소’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탄소를 포함하지 않는 무기물이다. 식품공학자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9월28일 “유기물은 식물의 성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유기비료로 알려진 인분 등을 농작물에 써도 어차피 필요한 무기물만 섭취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 비료에 거부감을 느낄 과학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기물은 식물에 아무런 영향 안 미쳐”

 

농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농가에서 화학 농약을 쓸 땐 법에서 정한 안전사용기준과 잔류허용기준 등을 따르도록 돼 있다. 이를 지켜 재배한 농작물은 건강상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농약의 독성 자체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한국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작물보호제(농약) 1944개 품목 중 ‘맹독성’은 없다. ‘고독성’으로 분류된 5개 품목은 농업용이 아니다. 농작물엔 ‘저독성’ 또는 ‘보통독성’ 농약만 쓰게 돼 있다. 

 

게다가 유기 농산물에 농약을 전혀 안 썼다고 100% 확신할 수도 없다. 유기 농가 컨설턴트인 주선종 농학박사는 “일부 유기 농가는 할미꽃 등 독성식물을 발효시키거나 삶아서 농약처럼 사용한다”며 “이런 식으로 유기농과 기존 농작법을 절충하는 농가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천연 농약인 담배 써서 기른 농작물이 더 안전한가?”

 

하 교수는 “옛날에는 화학 농약이 아닌 천연 농약을 썼다”며 “그게 바로 담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배를 써서 기른 농작물이 지금 화학 농약을 친 농작물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유기농 식품의 영양이 더 풍부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미국 영양사협회(ADA)는 “유기농 식품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의 함량은 일반 식품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2010년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유기농 제품이 더 건강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건강에 더 좋지도 않다는데 가격은 더 비싸

 

그런데 유기농 제품은 가격마저 비싸다. 깐깐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재료비나 인건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지난해 중순 서울의 식품 가격을 조사한 뒤 “친환경 식품(무농약, 유기농 등 포함) 가격은 일반 식품 대비 4.7~15.9% 높다”고 발표했다. 

 

미미쿠키는 개당 145원인 코스트코 쿠키에 유기농 딱지를 붙여 약 400원에 팔았다. 2.7배 부풀린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앞서 웃돈을 주고 사먹은 셈이다. 하 교수는 “유기농 마케팅은 근거 없는 불안감을 이용한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