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한파에 얼어붙은 부·울·경 기부문화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작년 대비 30~40% 감소… 소외 계층 관심 호소”

2018-12-27     부산 = 김종섭 기자
경기 불황의 찬 바람이 부산지역 기부 문화까지 꽁꽁 얼리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 모금활동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의 온도 100도에 미치지 못한 작년보다 온도가 더 떨어질까 우려된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의 말이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는 나눔 캠페인 성금목표액에 100% 도달할 경우 온도계가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으로 모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에서 목표액에 미달해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100도를 넘지 못한 것은 1998년 온도탑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었으며 지난해는 목표(125억 6600만 원)액 중 116억 6000만 원을 모금해 92.8%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온도계는 작년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나눔 캠페인 모금 목표는 126억 원이지만 26일 현재 모금액은 약 50억 원으로 수은주는 약 40도를 가리키고 있다. 1월 31일 마감일까지 목표액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사랑의 열매 관계자는 “모금액이 저조한 주 원인은 아무래도 경기 불황 때문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이 거의 없는 지역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개인 기부금에 의존해 왔는데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고 중소기업과 사회단체에서도 기부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부산연탄은행도 같은 상황이다. 전체 기부금의 약 90%를 차지하는 기업(단체)의 기부가 감소하면서 작년 3억 2000만원이던 기부금이 올해 1억 9000만원에 그쳐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도 기업들의 기부금 감소 이유로 부산∙울산∙경남의 주력업종인 조선∙자동차 업계의 경기 불황을 꼽았다. 강 대표는 “꾸준히 기부를 하던 기업과 개인들이 경영 악화로 인해 올해는 기부를 하지 않거나 기부 금액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상된 연탄 가격도 모금액 감소에 한 몫을 했다. 기부 받은 금액으로 연탄을 구매해 각 가정에 연탄을 전달하는 방식인 연탄은행은 전년과 같은 금액의 기부금이 들어왔더라도 연탄 가격 인상으로 실제 연탄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이 떨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연탄가격은 약 20% 올랐다.


기부 한파는 구세군도 비켜가지 못했다. 구세군 자선냄비 부산지회 관계자는 “부산지역의 모금 현황이 전년 대비 약 30% 가량 줄어들었다“며 ”서면과 남포동 등 번화가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모금함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아 예년과 분위기가 확연히 비교된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는 기부 장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시· 구·군의 공무원들에게 모금을 독려하고 있으며, 읍·면·동사무소에는 기부를 받을 수 있는 현금 창고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