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재산 신고한 손혜원의 유별난 골동품 사랑

손혜원 민주당 의원, 광고계 실력 인정받아 20대 국회 입성 골동품 수집과 경솔한 언사 때문에 주목 받기도 전체 재산 신고액 중 골동품이 절반 이상 차지

2019-01-17     공성윤 기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밍 전문가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브랜드 중 하나인 ‘참이슬’은 소주의 대명사격이 됐을 만큼 반향이 컸다. 그런 손 의원이 이번엔 언론의 네이밍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의 관계자들이 사들인 목포 건물에 대해 SBS가 ‘투기 의혹’이라고 보도하면서다. 

광고계에서 손 의원은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과거 디자인 업체 크로스포인트인터내셔널을 이끌었다. 업계에 있는 동안 ‘힐스테이트(아파트)’ ‘정관장(홍삼)’ ‘이니스프리(화장품)’ ‘종갓집(김치)’ ‘트롬(세탁기)’ 등 듣기만 해도 단번에 제품을 떠오르게 하는 브랜드를 다수 만들었다. 

국회에 입성한 광고계 ‘미다스의 손’

손 의원의 실력을 눈여겨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를 2015년 7월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해 12월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는데, 이 역시 손 의원 작품이다. 2016년 3월 20대 총선에선 정청래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 을에 전략 공천됐다. 이후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배지를 달자마자 손 의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이한 재산 내역이 알려지면서다. 2016년 8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보면, 손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으로 총 46억2852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골동품이 28억1800만원어치에 달했다. 재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골동품을 주로 모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손 의원이 유일했다. 

보유하고 있는 골동품들은 도자기 7점과 가구 3점, 칠기 120여점 등으로 조사됐다. 이 중 17세기경 조선에서 만들어진 가구 ‘쌍용무늬 관복함’, 19세기 칠기 ‘십장생무늬 오충동’, 1939년 칠기 ‘금강산도 대궐반’ 등 3점은 각각 1억5000만원으로 신고됐다. 이러한 수집 배경엔 문화재를 향한 그의 관심이 깔려 있었다. 

목포

 

‘문화재 투자’ 이력으로 의혹 해명

손혜원 의원은 2005년부터 나전칠기를 모았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전통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세계에 꼭 보여주겠다”며 “나전칠기가 반도체보다 더 큰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4년엔 서울 이태원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설립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레 이번 투기 의혹을 해명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손 의원은 1월17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나서지 않으니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목포의 건물 매입을 주도한 이유와 관련해 “내가 팔 물건도 아니고 회수할 수도 없다”라며 “(동네가) 문화재로까지 지정돼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이번 의혹이 아니더라도 손 의원은 그동안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그의 발언이 문제였다. 2016년 11월 당시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의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였던 차은택씨의 숱이 없는 머리가 공개됐다. 그러자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차라리 다 밀고 와야지. 쯧. (탈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모두 놀라고 있다”고 썼다. 곧 “탈모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손 의원은 “마음 상한 분들께 사과드린다. 조심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경솔한 언사로 갈등 일으키기도

작년 10월 국정감사 땐 야구팬들이 손 의원에 분노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선수 특혜 선발 의혹을 받고 있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향해 “금메달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던 것이다. 이어 “몇 시에 출근하느냐” “사과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 등 날선 발언을 계속했다. 결국 팬들 사이에선 “야구도 모르면서 모욕만 늘어놨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올해 들어서도 단어 선택이 화를 불렀다. 1월2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겨냥해 “10년 만에 원하던 행정직 공무원이 됐으니 고시공부 기간은 약간 긴 편이죠?”라는 조롱투의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또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이에 시민단체 공정연대는 “전국의 고시 준비생을 모독했다”며 손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