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렸는데 ‘전치 3주?’… 상해진단서의 맹점

‘손석희-김웅 폭행 의혹’ 쉽게 판단하기 힘든 이유… “실제 피해와 구분해볼 필요 있다”

2019-01-28     공성윤 기자


손석희 JTBC 대표의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49)에 대한 폭행 의혹에 대해 경찰이 1월28일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김씨는 “얼굴을 두 차례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손 대표는 “‘정신 좀 차려라’면서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씨는 손 대표에게 맞았다는 근거로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 사본 등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2014년

 

‘전치 3주 상해’는 말 그대로 다 낫는 데 3주가 걸리는 상처다. 지난해 9월 가수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가 “구하라에게 폭행당했다”며 공개한 상해진단서가 전치 3주짜리다. 여기엔 ‘안면부 깊은 손톱 할큄’ ‘목, 등, 우측 팔꿈치 할큄’ ‘전신타박상’ 등이 적혀 있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가정의학과 전문의)은 1월28일 “전치 3주는 가볍게 볼 상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의협의 ‘진단서 증 작성·교부 지침’에 의하면, 피부가 심하게 찢어지거나 깊은 타박상을 입었을 경우 전치 3주 진단이 내려진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힘줄이 약하게 파열됐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가 실제 김씨에게 이에 준하는 상처를 입혔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형사재판 양형기준에 전치 기간에 따른 처벌 수위가 규정돼있는 건 아니다. 다만 과거 판례에 따르면, 전치 3주 상해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300만원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진단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다. 박 대변인은 “상해진단서는 환자의 상해 정도에 대한 의사의 임상적 의견만을 적은 문서”라며 “경찰이 유죄 여부를 밝힐 때는 진단서와 함께 피해자의 진술서 등 다른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진단서가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아닌 셈이다.  

맹점은 또 있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할 때 “손 대표에게 얼굴을 두 차례 맞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맞아서 단순히 멍이 든 것이라면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진단서를 원하면 치료 기간이 2주일 수 있다. ‘치료’할 수 없는데 ‘치료 기간’은 2주란 뜻이다. 의협 지침은 이와 관련해 “손상이 있으면 무조건 치료 기간을 1주 이상 기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진단서가 있어도 상처가 너무 미미하면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2015년 대법원은 전치 2주로 진단받은 뺑소니 사고에 관해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 굳이 치료가 필요 없다”며 가해자를 무죄 판결한 바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전치 3주 진단서는 확실히 2주보다 더 꼼꼼한 법적 검토를 요구한다”며 “하지만 엄연히 실제 피해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관건은 폭행피해를 주장하는 김씨의 실제 상해 정도가 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또 해당 상해를 입힌 사람이 손 대표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부분도 남아 있다. 

김씨는 상해진단서와 함께 영상파일과 녹취록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다만 그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영상엔 폭행 장면이 담겨 있지 않다. 또 언론에 나온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폭행 사실 인정하고 사과하신 거죠?”라고 따져 묻자 손 대표로 추정되는 남성이 “그래. 그게 아팠다면 폭행이고 사과할게”라고 말한다. 그 외에 폭행이 일어났다고 알려진 서울 상암동 일식 주점엔 CCTV가 없었다고 한다. 목격자도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