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이어 조남호 회장도 한진重 경영권 잃어
한진중공업, 주총서 조남호 회장 사내이사직 연장 안해…새 대표이사에 이병모 한진중공업홀딩스 보유 지분도 전량 소각…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그룹 핵심계열사인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설립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차남이자 최근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한진중공업은 3월29일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로 이병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교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최대주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퇴진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도 전액 감자돼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완전히 잃게 됐다. 확정된 감자안은 대주주와 일반주주를 구분해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등이 보유한 3338만6천809주는 전량 소각하고, 일반주주 보유 주식은 5대 1 비율로 차등 감자하는 내용이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확정되면 한진중공업 주식은 국내 채권단이 60%를 보유하고 필리핀 은행들이 20%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도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된다.
위기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비롯됐다. 조 회장은 1989년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30년간 회사를 맡아왔다. 조 회장은 의욕적으로 수빅조선소를 키웠지만 지난 1월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부실 여파로 한진중공업까지 자본잠식에 빠져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필리핀 채권단과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이 6874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출자 전환하기로 하면서 경영권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고, 이병모 전 STX조선 사장을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로 올리기로 정했다.
한편 이날 새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병모 사장은 "오랜 세월 대형 및 중형조선소 현장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목표로 내실과 재도약 발판을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이래 근 40년간 조선업종에 근무해 온 ‘조선통’이다. 지난 2011년과 2015년에는 대한조선 대표이사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