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보석 상태 맞나

부영 건물 드나들며 대한노인회 이사회 주관 등 활발 행보 부영 측 “보석 조건 위반한 적 없다…법적 자문 받았다”

2019-04-10     공성윤 기자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보석으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던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석 조건 완화로 한 차례 비판이 나왔던 터라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43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속 도중 이 회장은 강직성 척추염과 고혈압 등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7월 보석을 허가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지만 보석 상태는 유지됐다.

그런데 1심에서 보석이 유지되면서 조건은 오히려 완화됐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보석을 허가할 당시 재판부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출입하는 것 외에는 외출을 일체 금지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1심 판결이 내려진 직후 보석 조건은 이 회장의 요청으로 달라졌다. ‘병원 출입 외 외출 금지’ 문구가 빠지고 ‘3일 이상 여행이나 출국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갔다. '피고인은 한남동 자택에 주거하여야 한다' '관계자 접촉 금지한다' 는 등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한노인회 관계자 “이 회장, 건강상 문제 없어 보였다”

보석 조건이 변경된 이후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대한노인회 이사회’를 주최하는 사진을 입수했다. 부영은 태평빌딩을 2016년 삼성으로부터 매입해 임대사업용으로 쓰고 있다. 이 빌딩은 부영 본사와 마주보고 있다. 이 회장의 혐의 20개 중 대부분이 부영과 관련 있는데도 본사 근처 회사 건물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올해 1월 노인회 이사회 참석, 2월 노인회 정기총회 연설 등도 진행했다. 이 회장은 구속 전부터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에는 부영이 소유·운영하는 무주덕유산리조트도 찾았다. 이날 열린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워크숍’에서 개회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사진 속엔 이 회장이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연단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온다. 당초 이 회장은 법원에 보석을 호소하며 그 이유로 척추염을 들었다.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익명의 노인회 관계자는 "이 회장은 표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면서 "예전 모습과 비교해 건강상 문제는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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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외부 활동을 두고 병보석 상태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 임대아파트 전국회의 '부영연대'의 이영철 대표(전 김해시 의원)는 이 회장의 외부 활동에 대해 "부영이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만큼 건물에 재판 관련 자료가 많다고 들었다"며 "(법원의 보석 허가는) 증거인멸을 하라고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법조계 “보석 조건 위반이면 구속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한 연구관은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 활동 범위가 자유롭게 허락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석 조건에 대한 실효성 제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 기업형사 전담 변호사는 “회사에 갔다고 해서 증거인멸을 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보석 조건 위반이면 바로 구속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102조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조건 위반 정도에 따라 법원이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할 수도 있다.  

이중근

부영 측은 “보석조건을 위반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4월9일 “보석조건이 바뀌면서 외출하는 데 제약이 없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며 “이 회장이 태평빌딩과 무주리조트, 세종문화회관 등을 방문하는 건 적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경된 보석조건엔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한다는 말이 없고, ‘자택에 주거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이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자체가 이례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고 전에 보석을 허가했다 해도 징역형으로 결정되면 다시 법정구속을 시킨다”며 “보석 유지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검찰에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