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중도·실리파’가 이끈다

‘합리적 노동운동 통한 실리 확보’ 내세운 이상수 지부장 선출…노조 활동에 변화 예고

2019-12-04     김재태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새 지부장에 '중도·실리'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강성 성향의 지도부를 구성한 지 6년 만이다. 그동안 '파업' '강경투쟁' 노선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이상수 후보는 2만1000여 표를 얻어 4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2위와의 격차는 0.93%, 405표에 불과했다. 이 당선자는 실리적인 성향의 현장 조직인 '현장노동자' 소속으로 1차 투표에서 강성인 나머지 세 후보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강성 후보와의 결선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기아·현대차노조가

새 지부장에 당선된 이상수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무분별한 '뻥' 파업을 지양하고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통한 조합원 실리 확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파업 지양’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시작되면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던 파업을 경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자는 대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봄에 시작해 추석 전후까지 5∼6개월, 때로는 연말까지 이어지던 지지부진한 교섭에서 탈피해 파업 없는 집중 교섭으로 초여름까지 타결하고, 타결이 안 되면 쟁의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또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노조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민 공동 신차품질위원회를 만들어서 민간이 생산 품질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성희롱·성차별 고발센터를 설치해 여성 조합원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점도 눈에 띈다.

그가 발표한 공약 중에는 향후 노사 갈등에 불씨가 될 만한 내용들도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조합원 일자리 안정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30만 대 국내 신공장 증설, 해외 공장 생산 비율제 도입, 해외 공장 물량 국내 유턴(U-turn) 등은 사측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정년퇴직한 직원 중 희망자를 기간제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를 폐지하고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늘리겠다는 내용도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4차 산업과 친환경 자동차 확산 등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향후 20∼4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정년 연장과 공장 신설 등을 놓고 노사가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