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천 주도한 김형오 공관위원장 전격 사퇴, 왜?

일부 인사 공천 놓고 최고위와 갈등... 金 "서울 강남병 공천 책임지겠다"

2020-03-13     송창섭 기자
김형오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공천을 진두 지휘해온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부로 위원장 자리를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공천을 둘러싼 통합당 지도부간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전날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 “공관위가 그동안 노력했지만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있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 대한 공천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공관위와 최고위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이날 황 대표의 발언이 PK(부산경남)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친분 있는 인사들이 대거 공천 받은 것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동시에 나왔다. 논란이 일자 공관위가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큰 충돌은 일단 피했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지도부 간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이날 전격 사퇴한 배경에는 서울 강남병 후보로 김미균 시지온 대표를 전략공천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1986년생인 김 대표는 악플 방지 서비스를 개발한 여성 스타트업 대표다.

과거 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명절선물에 '감사하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신보라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의 역량 검증된 인재들은 추풍낙엽이더니,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 안 된 청년후보가 강남벨트에 공천된다"며 "놀랍고 황망하다"고 비판했다.

해당 지역구에서 공천이 배제된 현역 이은재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통합당 최고위는 공관위의 무리한 공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전략공천한 김 대표에 대한 공천도 철회했다.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사퇴 배경에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문제 제기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황 대표가 김 전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힘을 실어준 것이 김 위원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