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도시공사, 기관장 업무추진비 깜깜이 운용

경영공시 일부항목 허위기재…전임사장 대비 50% 늘어

2020-05-21     윤현민 경기취재본부 기자

평택도시공사가 기관장을 둘러싼 재정운용 잡음으로 연일 시끄럽다. 보수 과다 논란(시사저널 4월29일 '빚더미 평택도공, 기관장 연봉은 최상위' 기사 참조)에 이어 업무추진비 부실운영까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실제 사용목적과 집행규모가 일치하지 않는 등 회계상 허위기재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취임 첫해부터 업무추진비를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늘린데다 집행내역 공개도 주먹구구식이다. 이에 일각에선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로 시민혈세가 개인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도시공사

사업추진간담회 비용 58만원 증발 

21일 평택도시공사와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김재수 평택도시공사 사장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1509만원을 지출했다. 전임 이연흥 사장 재임 당시인 2018년(1015만원)보다 48% 늘어난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은 언론인, 유관기관, 소속직원 등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 쓰였다. 전체 93%인 1401만원이 간담회 비용으로, 나머지 108만원은 경조사비로 지출됐다. 간담회 비용만 놓고보면 전년(930만원) 대비 50%(471만원) 훌쩍 뛰었다.

전체내역 중 일부 사용처와 금액이 제각각인 점도 눈에 띈다. 평택도공은 지난해 12월 사업추진간담회에 모두 58만5900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정작 해당자료엔 같은 달 사업추진간담회 실적은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간담회 비용이 공시자료상 실체도 없이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 셈이다.

평택도공 측은 전산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평택도공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행안부 경영공시 자료 입력은 사람이 자주 바뀌어 저도 여태껏 한 번 올렸다"며 "지난해 12월 사업추진간담회는 원래 몇 건이라고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집행금액만 표시된 건 오타가 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울뿐인 업무추진비 내역…정부 예산집행지침 위반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택도공은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사용처, 건수, 집행액만을 공시했다. 해당 월 표시 후 OO간담회 또는 경조사비 전체 몇 건에 지출액 얼마라는 식이다. 간담회 대상, 취지, 집행방식, 경조사비 지급대상(소속 및 성명) 등은 빠졌다. 

도내 여타 개발공기업(도시공사)의 경영공시 내용과 방식과는 딴 판이다. A 도시공사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좀 더 구체화시켜 공개한다. '몇 월 주차빌딩 관리운영 용역업체와 업무협의에 얼마 집행' 등 각 건별로 표시한다. B 도시공사는 경조사비 지급대상의 소속과 성명, 지출액 및 사용일시까지 공개한다. 구체적으로 몇 월 몇 일 어느 부서 아무개 씨 부친의 경조사비로 얼마 집행했다는 식이다.

이는 정부가 권고하는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에도 부합하는 내용과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에선 당장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활동가는 "기관장 업무추진비 일부가 회계장부에서 사라지고 그 내역마저 막연히 전체 몇 건에 얼마 식으로 주먹구구라면 일반에 공개하는 경영공시가 무슨 소용이냐"며 "자신의 활동비 늘리는데만 눈독 들일 게 아니라 시민혈세가 개인 쌈짓돈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더 투명하고 철저한 집행내역 공개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