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현충원 안장 논란…‘6·25 영웅’ vs ‘친일파 군인’

윤상현 “6·25전쟁에서 나라 구한 은인”…김홍걸 “친일파 군인 죄상 용서 못 해”

2020-05-28     정우성 객원기자
1953년

 

육군참모총장과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백선엽(99) 장군이 서울현충원 안장을 희망하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에서의 활약상을 강조하며 당연하다는 입장과 친일 경력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백 장군 가족은 최근 국가보훈처에 백 장군 유고시 서울현충원 안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서울현충원 묘역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대전현충원 안장을 권유했다. 백 장군 가족은 보훈처 관계자가 백 장군이 친일 경력을 이유로 서울현충원에서 파묘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백 장군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국가보훈처의 넋 나간 조치는 당장 취소되어야 마땅하다"며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이 나라를 구한 은인"이라고 썼다.

윤 의원은 "서울현충원에 자리가 부족해도 없는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모시는 게 나라다운 책무이고 예의이고 품격"이라며 "그런데 이런 국가의 은인을 찾아가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더라도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폭언을 했다니, 이 정도면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국가망신처"라고 비판했다.

지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백 장군의 친일 경력을 이유로 현충원 안장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 당선인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친일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강제로 끌려간 사람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일본군인이 되겠다고 입대한 사람"이라며 "그중에는 박정희처럼 '천황폐하를 위해 죽겠다'며 혈서를 쓴 사람도 있고, 김창룡처럼 일본군에 있을 때 무수한 사람을 고문한 짐승 같은 자들도 있었다"고 썼다.

김 당선인은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씨의 책을 보면 '조금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드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유족들이 계속 이장을 거부한다면 비석 옆에 친일행적에 대한 안내 표식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 장군은 1941년 12월 만주국 봉천의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1945년 광복 때까지 만주군 장교로 복무했다. 복무 기간 중 3년을 간도특설대에 배치돼 동북항일연군 등 독립군 부대와 맞섰다. 이 같은 경력 때문에 친일파 출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홍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