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저작권 논란에…진중권 “이제 그만 세우자”

“정치적 수요 때문에 세워…권리 사유화 공정하지 않아”

2020-06-12     정우성 객원기자
서울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 이상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기억연대가 소녀상 건립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고 자체적으로 소녀상을 건립하려한 지방자치단체 등과 저작권 분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자 보인 반응이다.

진 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소녀상은 이제 그만 세우자”면서 “전국의 학교를 이승복 어린이 동상으로 도배하던 70년대 국가주의 문화의 민족주의적 변종 같아서, 별로 보기에 좋지 않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소녀상을 둘러싼 논란에 입장을 밝힌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했다.

진 전 교수는 “도대체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동일한 동상을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세우는 경우가 있던가”라면서 “디자인이 아름다워 생긴 미학적 수요라기보다는 운동의 필요에서 생긴 정치적 수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동상을 꼭 세워야겠다면, 공모를 해서 예술성과 미학성을 갖춘 작품을 선정하는 절차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나라의 기념물들은 상당수가 21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낙후돼있다”고 덧붙였다.

소녀상에 대한 저작권 주장에도 반대했다. 진 전 교수는 “저자가 그 권리를 사유하는 것이 그다지 그리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윤미향이 이 운동을 사유화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 작가 부부는 그동안 정의연을 통한 소녀상 제작 주문을 도맡았다. 김운성 조각가는 정의연 이사이기도 하다그러자 일부 언론은 이들이 최소 수십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며 ‘소녀상 비즈니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서경 작가는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은 윤미향도 사퇴를 시키고 정의연도 꿇어앉히고 수요집회는 무산시키고 그리고 소녀상을 뽑아내는 것까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태백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저작권을 주장하며 철거 요구를 한 사실도 해명했다. 사전에 동의를 구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고 건립식에서 축하도 전달한 사실을 밝히며 태백 평화의 소녀상의 경우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통보하지 않아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운성·김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