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속 터질 일 줄어들려나”
재계, 노조 극한 투쟁 감소 기대…노동 관련법 개정 빨라질 듯
2005-01-31 장영희 기자
기아차 채용 비리 사건은 다른 기업의 노사 관계와 정부 노동 정책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1월25일 코오롱 노조는 돌연 파업 찬반 투표를 무기 연기했다. 노조는 사측이 투표를 방해했다는 이유를 대지만, 노동 전문가들은 파업이라는 극한 투쟁을 부담스러워하는 조합원 정서에다 노조의 입지가 극히 좁아진 최근의 정황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사측과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던 국민은행 노조도 1월27일 정규직만 1천8백명을 감원하는 데 합의했다. 사측이 퇴직자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명분에다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고려되었지만, 기아차 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동 관련 법안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의 강성 노조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물론 이번 사안에서 한걸음 비켜 있는 한국노총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노동운동 진영이 수세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투쟁 여건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직격탄을 맞은 민주노총은 더욱 입지가 좁아 보인다. 당장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라는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민주노총을 노사정 테이블에 끌어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데 부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가 ‘빨간 돼지’(독일에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강성 노조를 지칭)로 몰릴수록 정부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줄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