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행진' 머지 않아 발병 난다?

일본 우경화는 사회 체제 변화 따른 '과도기 현상'… 신사 참배는 극우의 최후 몸부림

1995-11-30     박성준 기자
일본 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본의 우경화 추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한다. 비록 최근의 우경화가 단지 '운동'으로만 그쳤던 1960년대의 우경화와 달리 '국기·국가법' '주변 사태법' 제정 등 우익 논리를 제도화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 국민의 보수·우익 지지율이 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을 대표하는 자민당의 단독 득표율은 1986년 총선 때 34.6%에 이르던 것이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00년 총선에서는 20.3%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보수·우익의 기세가 의외로 싱겁게 잦아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장인성 교수(서울대·외교학)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위기감에 쫓긴 일본 극우 세력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표현한다. 일단 한 고비를 넘기면 이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가라앉으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우익이 특히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 대해 함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비교가 되지 않는 국력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중국은 더 이상 일본이 무시하고 홀대할 수 있는 그런 나라들이 아니다"라고 장교수는 말한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우리도 일본 문제를 파악하는 잣대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처럼 양국 사이에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국가 간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평화와 진보, 전쟁과 보수 세력의 대결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럴 때 일본 우익이 동아시아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공동의 적(敵)'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라고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는 주장했다. '증오심'보다는 '평화 정신'이 일본 우익을 꺾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인 무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