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매천 댁 오동나무

새봄이 오고, 세상 형편도 좀 좋아지면 맨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 선생의 고택이 있는 전남 구례다. 그곳에 가서 매천 선생의 시...

[시론]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는 이가 없어”

“아무도 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가 없어.” 최근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 그중 한 분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심히 던진 이 말씀에 두어 분이 조용히 맞장구를 치신다...

[시론] 이 고된 일을 이제 누가 이어갈까

2021년 봄.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배밭 마을. 하얀 배꽃이 온통 환하던 날이었다. 근처 북 만드는 장인의 공방에서 김관식 장인(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2호)을 처음 뵌 후, 초가...

[시론] 심사보다 응원, 《풍류대장》의 품격

다 때가 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능을 펼치는 국악 인재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꽤 오래전에 《K팝스타》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

[시론] 무릎 꿇어 좋은 때

한 행사장에서 무릎 꿇은 자세로 우산을 펼쳐 상관을 받쳐주고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보다가 꽤 오래전 노년의 기관장이 어린이를 향해 무릎을 꿇었던 장면이 생각나 다시 찾아봤다. ...

[송혜진의 시론] 넘어져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JTBC 《슈퍼밴드2》를 설레며 보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뽑혀온 음악 잘하는 젊은이 중 한 사람, 박다울 덕분이다. 박다울은 국악 분야에서 부러움을 살 만한 교육 과정을 거쳤고, ...

[송혜진의 시론] 이런 판결은 잘못된 것일까?

‘포흠’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조선시대 단어다. ‘공금이나 관청의 물건을 사사로이 써서 생긴 결손’이라는 뜻으로, 공공 재정의 파행적 운영과 이로 인해 피폐해...

[송혜진의 시론] 단오 무렵

요 며칠, 틈나는 대로 밝은 햇살을 받으며 앵두를 땄더니, 눈을 감으면 마치 빨간 별이 뜬 것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쏟아진다. 앵두 따서 갈무리하는 일은 해마다 이 무렵쯤에 누리는 ...

[시론] 남기고 싶은 글쓰기 대신

노년층 고객과의 소통과 교감을 위한 방법으로 ‘노년층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다면 어떤 방향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쓰기, 자녀나 젊은 세대들에...

[시론] 몸은 늙어가도 음악은 날로 새롭다

우리 시대 최고의 산조 명인 여섯 분, 합주 음악의 최고봉을 이룬 네 단체의 명곡·명연주 무대에 진행자로 함께하게 되었다. 1951년 4월 피난지 부산에 문을 연 국립국악원이 개원...

[시론] 원더풀 미나리

미나리는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겨우내 우리 집 거실 양지쪽, 작은 수반에서도 미나리가 잘 자랐다. 한 뼘씩 베어 먹어도 며칠 후면 수북이 올라오는 생명력이 신통하고, 겨울 햇살...

[시론] 나를 외면하지 말게

책장을 넘기다 눈물 글썽한 순간을 맞는다. 시집도, 소설책도, 철학책도 아니다. 경기문화재단의 프로젝트 보고서로 출간된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이라는 작은 화보집이다. 책...

[시론] 차마 하지 못할 일

노비제도가 있던 조선시대, 증손자를 본 어느 할아버지 얘기다. 손자 내외는 일 때문에 한양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둔 손주며느리가 또 임신이 되어 젖이 부족했...

[시론] 결국 여기까진가?

언제나 빈틈없이, 기대 이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이에게 물었다. “그 음악성은 타고나신 거죠?” 이런 질문에 순순히 ‘그렇다’고 답하는 이가 드물긴 하지만, 그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

박물관은 되는데 국악원은 왜? [송혜진의 시론]

국립국악원이라는 곳이 있다. 국가 음악원으로서의 역사는 1500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따지면 내년에 70년을 맞는 유서 깊은 국가기관이다. 옛 음악의 전통을 오늘에 전하고...

[시론] 그 범은 왜 내려왔을까

《범 내려온다》가 화제다. 실력파 판소리 싱어들로 구성된 국악밴드 이날치, 이색적인 비주얼로 무장한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춤추고 노래하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속 노래다. ...

[시론] 늙는 줄도 모르게

“너희 선생님은 어떤 분이셔?” 질문을 받은 제자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온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선생이 제자에게 묻는다.“너는 왜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말에 대...

[시론] 초상화 주인공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

“이 집을 살까 하는데~ 어떨까?”“예전에는 궁궐 가까운 요지였지만 지금은 사방에 이웃도 없고 바위, 소나무, 시냇물로 둘러싸인 외진 곳이잖아요. 조정과 시장이 아득히 멀고 도둑과...

[시론] 영화 《소리꾼》과 《미녀와 야수》

조정래 감독의 영화 《소리꾼》을 연이어 다섯 번 봤다. 상업성과 거리가 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느라 어려움이 많다는 소문을 듣던 중이었고, 하필이면 코로나19로 극장이 텅텅 비는 시...

[시론] BTS, ‘울려라 대취타’

옛 행진음악 ‘대취타’를 검색하면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대취타에도 BTS에도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딴 세상 얘길지 모르겠지만, ‘왜?’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