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철학으로 세운월드컵 상징탑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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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건설 박재환 대표(43)는 요즘 틈만 나면 시청 주변을 배회한다. 2002 한·일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월드컵 D-100일 기념 조형물을 살피기 위해서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청 앞을 장식하던 부처님오신날 기념 조형물조차도 월드컵 상징탑에 자리를 양보한 터라 그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그동안 각종 행사 때마다 시청앞 광장을 장식하던 기념물 중 태반이 조악한 수준이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월드컵 기념물은 복잡한 공학적 계산을 거쳐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조형물에서 축구공 모양의 구는 지구를 나타내는데, 이를 떠받친 축은 서양의 우주 생성 신화마다 등장하는 ‘세계의 축(axis mundi)’, 8각형 기단은 동양 전통 사상에서 우주 만물의 이치를 나타내는 ‘팔괘(八卦)’를 각각 상징한다. 살아 움직이는 월드컵 상징탑이 되도록 박씨는 이 조형물을 2분에 세 바퀴씩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완전 조립 식으로 설치된 이번 조형물은, 월드컵이 끝나면 분해되었다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시계탑으로 재활용된다. 한 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분해 조립을 위해 박씨는 콘크리트까지도 조각조각 분리해 두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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