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프란체스카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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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속으로]

 
대단한 일은 사소하게, 사소한 일은 대단하게. 요즘 네티즌들을 사로잡는 MBC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의 매력 중 하나는 사태의 ‘경중을 뒤집는’ 것이다. 흡혈귀 가족의 서울살이를 다룬 이 시트콤에서는 자녀가 납치되고·가장이 교통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은  ‘사소한’ 일로 치부된다. 반면 피자가 20분 늦게 배달되는 것은 ‘죽여버릴’ 만큼 중대한 문제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뒤섞여버린 이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은근한 쾌감을 느낀다.

SBS의 개그맨 김기욱도 같은 방법을 쓴다. 화상고등학교 무술부 3인방의 대장으로 출연하는 김기욱은 개구리 권법·코끼리 권법 등 장난스런 권법을 연마하는 후배들을 향해 ‘대단하다’ ‘생명의 위협이 있기 전까지는 함부로 쓰지 마라’며 치켜세운다. 관객을 웃기려면 대단한 것은 진짜 대단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도 이 기술을 배우려는 것일까.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 투자 의혹 사건, 이른바 오일 게이트를 놓고 여당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사소한 촌극으로 간주한다. 반면 야당은 특검까지 주장하며 사소한 일까지 대단한 일로 키우려 한다. 이래저래 코미디다.

사소한 것들을 모아 대단하게 만든 사람이 있다. ‘딩크’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이 무려 2년 동안 레고 조각을 모아 맞추는 작업 끝에 레고 서울역을 만들었다. 네티즌들은 실제 서울역 모습과 너무 똑같다며 ‘대단하다’를 연발한다. 
앞으로 슈퍼마켓·서점 주인들은 사소한 봉투 하나 때문에 크게 봉변할 수도 있다. 1회용 봉투를 무료로 나누어주다가 봉파라치에게 걸려 벌금을 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구청은 봉파라치가 급증하자 신고포상금을 줄였다. 봉파라치가 안 되면 책파라치 사업도 유망할 듯하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책에 적혀 있는 소비자 가격보다 할인해 판매하면 고발감이 된다. 인터넷 종량제에 맞먹을 만한 강제 조처인데, 의외로 반대 여론이 높지 않다. 네티즌들의 평소 독서량을 고려해 볼 때 큰 타격이 없기 때문인 듯하다.

요즘 국제 뉴스에 일본과 관련한 두 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사소한 것으로 메이저 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가 연일 안타를 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른 하나는 사소하지 않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주변국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다.
이번 주에는 또 적자 누적으로 보안업체 하우리가 코스닥에서 퇴출된 뉴스와, 요가와 필라테스가 결합한 새 다이어트 운동 코어가 인기 키워드로 꼽혔다. 

4월 셋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
1. 오일게이트
2. 도서정가제
3. 유엔안보리
4. 안녕프란체스카
5. 봉파라치
6. 이치로
7. 레고 서울역
8. 하우리
9. 코어
10. 김기욱
엠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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