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좋아하는데 절집이라고 고기 못드리랴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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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신 흥 스님

 
경기도 가평에 사는 노인들 가운데 도솔천사 주지 신흥 스님(69)을 모르는 이는 없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규모 경로 잔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한 사찰의 주지로 있을 때부터 잔치를 열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지난 5월10일 연 경로잔치 때도 가평 전역에서 4천명이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몰려들었다. 절은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스님은 내내 즐거워했다. 그 행사를 위해 신흥 스님은 버스 60대를 전세 내 가평 구석구석에서 노인들을 모셔왔고 모셔드렸다. 쇠고기·갈비찜 등 사찰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고기도 그 날만은 예외였다.

신흥 스님은 “비록 하루지만 노인들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해마다 많은 분들이 오신다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 가평에 정착한 스님은 현재 높이 1백28m에 달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지장보살상을 조성하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사를 하는 것과 노인들을 모시는 일이 둘이 아니라고 보는 스님은 내년에도 더욱 정성을 들여 경로잔치를 열 것이라며 부처를 닮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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