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도마 오른 본프레레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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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행 확정에도 감독 교체론 비등…“전술·용병술 모두 취약”

 
요하네스 본프레레(59)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축구 변방을 떠도는 감독이었다. 주로 약팀을 맡아 ‘벼락치기’ 훈련으로 대회 성적을 따먹는 부류의 잡초 감독이다. 본프레레는 나이지리아에 올림픽 축구 금메달을 선사했다. 하지만 명장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이름만 보고 선수를 기용하고 신인 발굴을 게을리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해 6월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팀 지휘봉을 잡았다. 친구인 히딩크의 추천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세계 축구계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2002 월드컵에서 대표팀 기술분석관으로 일했던 얀 룰프스는 “본프레레는 3류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이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고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어찌된 영문인지 팬들 사이에  감독경질론이 거세다. “생긴 것이 정이 안 간다”라고 억지를 부리는 팬도 있다. 하지만 한 경기에 울고 웃는 냄비 여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러 축구인들도 교체론에 공감하고 있다.

본프레레 불가론을 외치는 이유는 본프레레 감독이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한 프로 축구팀 코치는 “1년 동안 본프레레는 본인의 전술이 없다는 것만을 증명했을 뿐이다. 탄핵감이다”라고 말했다. 최종 예선 다섯 경기에서 대표팀은 선수들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쿠웨이트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단조로운 전술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한 축구팀 감독은 “한국팀이 아시아 4강에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뒷걸음질을 쳤다”라고 말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만은 더 커진다. 대표팀의 허약한 수비진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한국 수비진은 스피드에서 처졌다. 돌파를 당하고 나서는 붙잡고 늘어지거나, 넘어지고 나서 심판을 쳐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팀을 상대할 높이를 갖춘 것도 아니다. 185cm에 100m를 11초대에 끊을 수 있는 수비수 보강이 필수다.
선수를 발탁하는 데도 본프레레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수비진은 허정무 전 국가대표 수석코치의 색깔이 짙다. 허씨의 애제자 김상식을 비롯해 박동혁·박재홍이 수비 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차범근 감독의 추천으로 막판에서야 곽희주를 선발한 것도 안목 부재를 증명한다.

유명 선수 선호…박주영 발탁도 주저주저

박주영을 기용하는 데도 본프레레는 결단성이 부족했다. 본프레레는 6월1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그를 발탁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용병술을 자랑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활약한 것 자체가 본프레레의 안목이 부족한 것을 증명했다. FC 서울 이장수 감독은 일찍이 “주영이의 가능성이 증명되었으니 대표팀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프레레는 박주영의 체력 문제를 들며 “어린 선수에게 기적을 기대하지 말라”고 주저했다. 이번 원정에서 박주영의 체력과 실력은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모든 선수를 확신이 들 때까지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전략 측면에서도 본프레레는 올림픽 우승 감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한 축구협회 임원은 “본프레레가 게임을 읽는 눈이 한심하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본프레레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천수와 김남일을 고집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유상철을 고집했다. 교체 타이밍도 항상 놓쳤다. 본프레레가 이름값을 중요시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감한 세대 교체를 통해 전력을 끌어올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독일 월드컵까지 1년. 대표팀은 여러 대목을 살펴야 한다. 취약한 수비보다 더 믿음이 안가는 부분이 감독 자리라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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