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분만으로 만 명 받았다”
  • 문정우 전문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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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백 전도사’ 성모산부인과 이종승 원장 인터뷰

 
인천 부평역에서 부평구청 쪽으로 3백m쯤 떨어진 곳에 아담한 산부인과 한 곳이 있다. 가톨릭의대를 나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일하다가 2년 전 개업한 이종승 박사(47)가 운영하는 성모산부인과이다. 이곳에는 전국에서 브이백을 하려는 산모들이 몰려든다. 이박사는 올해에만 1백50건이 넘는 브이백을 했다.

힘들고 위험하며, 돈도 안 벌리는 이런 ‘미친 짓’을 왜 하는가?
취미이다. 대학 병원에서 연구는 안 하고 아이만 받았는데 아마 만 명은 될 거다. 그런데 나는 그게 그렇게 좋더라. 밥 벌어 먹고 사는 일이 되면 절대 못한다.
자연 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보험수가가 훨씬 싼데, 병원 운영은 되는가?
제왕절개 하면 100만원은 버는데 자연 분만 하면 아무리 바가지를 씌워도 6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웃음). 그래도 브이백 전문 병원으로 소문 나 환자가 많아 적자는 나지 않는다. 동료들은 별나게 병원을 특화했다며 웃는다. 하지만 브이백 전문 병원 같은 게 생긴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올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아기를 받았던데, 힘들지 않은가?
완전 ‘노가다’다. 집중력이 떨어져 애를 먹는다. 그래도 부산에서, 광주에서 오는 산모들에게 그냥 돌아가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무리를 한다.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자연 분만은 유죄, 제왕절개는 무죄라는 식의 법원 판결이 의사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절반만 얘기하는 거다. 돈을 안 줘서 자연 분만 못한다는 말을 차마 어떻게 하나. 경제 논리에 따라 노동 시간과 수고에 맞게 자연 분만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산부인과 의사 중에 분만은 아예 포기하고, 비만이나 키 키우기 클리닉을 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을 사장하는 거다. 이게 무슨 국가적 낭비인가.
제왕절개율을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수준(5~15%)까지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도만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서 진화해왔기 때문에 다민족 국가보다 훨씬 더 쉽게 자연분만율을 높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안타깝다.

의사들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방관만 하는 건가?
보건복지부나 의사협회 같은 데서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자연 분만 수가가 조금 높아진 것 외에는 별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현장의 의사들이 무슨 이순신처럼 나설 수도 없고.

튄다고 동료 의사들에게 욕먹지는 않나?
브이백을 하려고 산모가 전에 제왕절개를 했던 병원에 문의를 했더니 욕을 써보낸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도 다 이해한다. 병원 사정 뻔히 알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사실은 미안한 짓이다. 그래서 인터뷰하기가 항상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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