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 다큐’ 시대 끝나다
  • 황지희 (PD연합회보 기자) ()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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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내레이션 중심에서 벗어난 수작 잇달아

 
국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특징과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말은 바로 ‘변사다큐’라는 것이다. 무성 영화 시대에 줄거리나 대사를 설명하던 변사처럼, 영상 대신 해설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일컫는 말이다. 다큐멘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영상과 음악, 자막, 내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야겠지만, 낮은 제작비와 촉박한 제작 기간은 가장 손쉬운 방법인 내레이션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다큐멘터리들은 시청자에게 주제를 강요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한계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제 국내 다큐멘터리도 목하 변신 중이다. <MBC 스페셜> <세계를 뒤흔든 순간-난징대학살>(3부작)편은 도입부에서 갑자기 텔레비전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방송 사고로 착각하고 어안이 벙벙해 있는 순간 난징 대학살 사진이 나온다. 순간 시청자들은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라는 것을 간파하게 된다. 난징 현장의 처참한 사진은 어떤 설명이나 음악보다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난징…’은 구성 방식에도 대담함을 보였다. ‘난징…’ 1부작은 난징 문제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작가 아이리스 장이 이 문제를 파헤치는 모든 과정을 배우가 재연하도록 했다. 여기에 난징에 대한 설명은 일반 성우가 내레이션을 하고, 재연 장면은 국악인 이자람에게 목소리를 맡겨 몰입도를  높였다.

MBC 창사 특집 HD 다큐멘터리 <노인들만 사는 마을>은 휴먼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1년 이상 촬영한 작품이다. 고화질로 촬영한 사계절 화면이 영상미를 돋보이게 했지만,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동시 녹음으로 진행된 점이다. 농촌 마을의 모든 소리들이 그대로 포착되면서 설명 없이도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올해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많이 등장해 시청자를 흐뭇하게 했다. <KBS 스페셜> <김윤아의 제주도>편은 가수 김윤아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통해 4·3 사건의 정서를 표현했고, MBC HD뮤직 다큐멘터리 <하루>도 다양한 촬영 기법으로 뮤직 비디오와 같은 느낌으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EBS는 도올 김용옥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기는 파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연출·구성·출연·편집·내레이션과 주제곡 작사를 모두 도맡아 <도올이 본 한국독립운동사>라는 아주 주관적이면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지난 가을에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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