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축 자재 거 정말, 희한하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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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집단장에 황토 페인트·자동 환기창·액자 정원 등 인기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겨우내 미루었던 집 단장을 새로 할 요량이라면, 건강과 환경을 두루 고려해 친환경 소재를 써 꾸미는 것이 어떨까. 집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환경과 건강을 함께 배려한 건축 자재나 인테리어 용품들이 제법 다양하다. 한국건강주택협회는 최근 열린 홈덱스에서 마루·벽지·가구 등을 친환경 인증자재로만 꾸민 건강 주택을 선보였다. 그만큼 친환경 주택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 ‘새 집 증후군’(건축 자재에서 방출되는 각종 화학 물질로 인해 두통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현상)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마루를 깔거나 벽면을 바꿀 수 있다. 새 집 또는 가구에서 나는 냄새를 없앨 수도 있다.

#바닥재 고르기

 
일단 친환경 바닥재부터 골라보자. 환경마크를 획득한 바닥재면 웬만큼 안심할 수 있다. LG화학이나 한화종합화학 같은 대기업들은 옥이나 숯·목재를 이용한 친환경 바닥재를 여러 가지 내놓았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따위를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린 제품들이다.

마루의 홈을 끼워 맞추는 조립만으로 시공이 가능한 바닥재도 나와 있다.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유해 휘발성 물질에 의한 실내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은을 넣어 항균 및 곰팡이 방지 기능을 부여한 제품도 있다.

 
덕소세라믹이라는 중소기업은 황토의 미생물 성분과 탈취·흡착 기능이 뛰어난 숯·세라믹을 이용해 만든 세라믹 온돌 바닥재를 선보였다. 친환경마루 전문 기업 데코라인은 국립산림과학원·엔바이타와 공동 개발한 피톤치드가 코팅된 ‘피톤치드 건강마루’를 내놓았다. 마루에 피톤치드와 음이온 성분을 첨가해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방사되도록 했다. 데코라인 배창권 대표는 “캡슐 형태의 피톤치드 알갱이와 음이온 성분은 그 효과가 반영구적이고, 긁힘이나 눌림에도 아주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바닥재를 시공할 때에는 접착제를 잘 골라야 한다. 접착제로 흔히 쓰이는 에폭시 접착제(유기성 접착제)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환경오염 물질의 ‘생산 공장’이나 마찬가지. 인테리어 전문가 김효정 실장(미즈테크)은 “유기성 접착제 대신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해야 친환경 바닥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유기성 접착제보다 더 뛰어난 접착력을 자랑하는 수용성 접착제도 꽤 많이 나와 있다. 예컨대, 데코라인이 개발한 황토바이오 세븐 접착제는 황토를 주재료로 한 천연 무기물 수성 접착제여서 냄새가 전혀 없고 시멘트 독성을 중화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 수용성 접착제는 마루판에 접착제가 묻었을 때 물걸레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벽면 분위기 바꾸기

 
벽면을 바꾸려면 페인트를 칠하거나 벽지를 발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포름알데히드와 유기성 휘발 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피하려면 친환경 페인트나 벽지를 이용해 보라. 

수용성 친환경 페인트에서부터 숯·황토 등 인체에 좋은 물질을 포함한 페인트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일부 친환경 페인트의 경우 산림욕·항균 효과, 원적외선 방출, 해충 번식 방지, 유해 가스 탈취 효과를 자랑하지만 효과가 명쾌하게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친환경 페인트가 기존 페인트보다 인체에 덜 유해한 것은 명백하다. 

 
최근에는 벽지에 직접 바르는 황토도 나왔다. 동화IND가 개발한 ‘친환경 황토(옥) 페인트’는 붓이나 롤러, 스프레이 등으로 벽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다. 황토를 직접 바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황토 집에 사는 효과를 준다.

친환경 벽지 역시 선택 폭이 넓다. 유성 잉크 대신 수성 잉크로 무늬를 인쇄한 제품에서부터 숯이나 옥을 함유한 천연 벽지까지 나와 있다. 기존 벽지에서 방출되는 유해 물질의 약 97%가 유성 잉크에서 발생하는데, 친환경 벽지는 수성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 황토·옥·소나무·쑥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천연 물질을 넣어 만든 천연 벽지들은 원적외선 방사, 항균력·탈취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 벽지 역시 접착제를 잘 골라야 한다. 일부 친환경 벽지는 무거워서 밀풀을 이용해 붙이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 경우 화학 접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벽지에서 나오는 유해한 성분보다 벽지를 도배할 때 사용하는 접착제가 실내 공기를 더 오염시킨다는 점. 도배 풀을 화학 제품으로 쓴다면 친환경 벽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닥나무를 이용한 전통 한지로 도배하는 것 역시 벽면을 환경 친화적으로 꾸미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천연 볏짚·대잎·쑥·황토 등으로 자연스러운 무늬와 색깔을 낸 전통 한지까지 나와 있어 미적 감각도 살릴 수 있다. 한지는 화학 염색은 물론 천연 염색조차 하지 않아 더 안심할 수 있다.

# 실내 공기 바꾸기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바꾸는 확실한 방법은 환기. 실내 공기가 나빠지면 스스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자동 환기창이 있다. 자동 환기창에는 공기 오염 측정 센서가 있어 공기 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창문이 스스로 열린다. 실내에 사람이 많아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하게 늘거나 가스가 누출되어도 첨단 센서가 감지해 창문이 저절로 열린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이 측정한 결과 실내 오염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아세톤·톨루엔·벤젠·암모니아를 제거하는 효능이 탁월했다. 창문 자동 잠금 기능이 있어서 강제로 열거나 닫을 경우에는 경보가 울리며 지정된 전화번호로 자동 연락이 된다. 원격 제어 창을 개발한 오토윈 김학겸 사장은 “실내의 공기 질을 자동으로 유지해주기 때문에 이 창을 시공할 경우 새 집 증후군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창문 공사가 번거롭다면 실내 정원 같은 간단한 작업으로도 집안 공기를 바꿀 수 있다. 베란다에 소형 온실을 꾸밀 수도 있고, 간단하게 벽걸이 정원을 설치할 수도 있다. 액자 안에서 직접 식물을 키우는 벽걸이 정원은 액자 내부에서 난과 같은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액자 안에서 수증기가 발생해 실내에 습기를 제공한다.  

 
가구나 이사한 새 집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는 제품도 있다. 붙이거나 깔아두는 것만으로 유해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를 ‘잡아먹는’ 아르테논을 함유한 포름팩군은 가구나 벽에 붙여 놓기만 하면 유해 물질을 흡수한다. 유해 물질 흡수 기능과 장식 효과를 함께 노린 데코 시트를 이용하면 방출되는 유해 가스를 차단할 수 있다.

빛을 받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염 물질을 분해한다는 광촉매 제품을 이용해 집안 오염 물질을 없앨 수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소비자가 직접 광촉매 시공을 할 수 있는 DIY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뿌리면 코팅막이 형성되어 항균·탈취 기능을 하는 것도 있고, 시트 형태로 된 것도 있다.

#가구나 용기는 원목 제품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구처럼 집안에 두는 물건은 가급적 원목 소재로 고르라. 합판으로 만드는 가구는 제작 과정 중 첨가되는 방부제와 합성 접착제, 합성수지로 인해 두고두고 유해 물질이 나온다. 그러나 천연 원목 가구는 유기 접착제를 사용할 일이 없고 도료 역시 친환경 제품만 고집한다. 원목 가구는 목재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덕에 산림욕 효과까지 제공한다.

욕조도 나무로 바꿀 수 있다. 향나무나 편백나무(히노키)를 이용한 나무 욕조가 여러 종류 나와 있다. 향나무와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고, 내수성과 내인성이 강해 욕조로 사용해도 썩지 않는다.

 
이런 제품을 이용해 환경 친화적으로 집을 단장하려면 기존 방법에 비해 비용이 적어도 30% 이상 더 든다. 친환경 제품들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여서 다른 제품에 비해 비싸다. 친환경 제품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공기청정협회의 품질인증제인 최우수등급(크로바 마크 5개)을 획득한 제품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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