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자 장관 파동 /사외이사 특혜는 무죄?
  • 소성민 기자 ()
  • 승인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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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주 거액 차익’ 시비에 이어 표절 의혹까지‥‥퇴진 요구 빗발

송자 교육부장관의 사외이사 특혜 의혹 사건이 집권 후반기를 맞은 김대중 정권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송장관이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8월7일 개각이 단행된 지 얼마 안되어서 였다. 8월11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송장관에게 질의서를 보내 그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직을 유지해 공무원 겸업 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따진 것이다. 이때만 해도 송장관의 삼성전자 실권주 특혜 시비는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파문이 증폭된 것은 8월23일 참여연대가 언론에 공개한 보도 자료를 통해 ‘송 자  장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실권주를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2년 만에 16억7천만원이나 시세차익을 보았다’고 폭로하면서부터였다.

삼성전자는 1998~1999년 네 차례 유상 증자를 실시했는데 그때마다 실권주가 발생했다. 사외이사인 송장관이 매번 임원에게 배정된 실권주를 인수한 물량은 모두 7천주 여기에 유상 증자로 6백5주가 추가 되었으나 그 가운데 2천주를 매각해 남은 물량은 모두 5천6백6주였다. 주식 평가액이 8월23일 종가 32만3천원을 기준으로 할 때 18억원 시세 차익으로는 16억7천만원에 달했다.

기존 주주들이 유상 증자에 참여 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권주를 회사측이 임직원에게 배정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에 속한다. 하지만 사외이사에게 실권주를 배정하는 문제는 다르다.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학)는 “대주주 오너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액의 보수를 특혜 형식으로 받았으니 어떻게 독립적인 견해를 가지고 경영을 감독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송 자 장관의 경우는 실권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으로부터 가지급금이나 융자 형태로 자기돈 한푼 안 들이고 실권주를 인수해 더 문제가 되었다. 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싸게 인수하고 주가가 오른 뒤 일부 주식을 팔아 그 돈으로 다시 회사 빚을 갚는 혜택을 누렸다. 시사 평론가 유창선씨는 1998년 7월 송장관이 ‘제손으로 떳떳하게 번 것만을 가지고 사는 가치관이 정립되어야겠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재물을 얻으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을 예로 들어 그의 모순된 언행을 꼬집기도 했다.

“땀흘려 번 돈이 가치 있다더니‥‥”
송장관은 실권주를 인수할 때 이를 ‘관행’으로 여겨 별로 문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의 말에는 1998년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한국에 처음 도입된 사외이사제의 모순이 함축되어 있다. 기업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를 대주주나 오너가 지정하는 인물로 채우다 보니 기업 감시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매출액 2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50% 넘게 둘 것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번 파동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높아져도 제구실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파동으로 정부는 뒤늦게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임 과정에 소액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것 △사외이사가 직접 감독 당국에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할 것 등 갖가지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

송 자 장관이 삼성전자 실권주로 얻은 시세 차익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는데도 그를 향한 비난 열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야당 등은 송장관이 연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문제가 되었던 이중 국적 문제까지 다시 들추며 퇴진 압력을 넣고 있다.

게다가 8월27일 송장관의 도덕성을 건드리는 문제가 또 한가지 제기되었다. ‘교육 개혁 시민 운동 연대’(교육연대)가 송장관이 1974년 김아무개 교수와 함께 지은 <관리경제학>(박영사 펴냄)이 미국 경제학자들의 저서를 표절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듯 사외이사 특혜 의혹 외에도 송장관은 이중 국적 문제 저서 표절 의혹 등 끊임없이 도덕성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킬 만큼 교육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도덕성 시비를 받고 있는 새 교육부 수장이 과연 개혁을 추진할 명분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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