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교단체 맑은 선거 위해 뛴다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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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 교육 및 감시운동 전개···시민후보 추대방안도 제기

“지방의회선거가 타락하게 되면 독재필요론 등이 제기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존의 차원에서 시민감시운동을 펼쳐야 한다.”

 페르시아만 전쟁의 발발로 일단 그 열기가다소 주춤해진 감은 있지만, 지방의회선거가 자칫 ‘졸부들의 돈 잔치’로 전락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민자·평민 양당이 지방의회 선거를 총선과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못박고 총력경주를 다짐하고 있어 그 과열상은 더욱 심화될 판이다.

 최근 내무부에 적발된 사전선거운동자들이 해당지역 유권자에게 선물한 내역을 보면 유명 제화회사 구두표, 3㎏짜리 밀가루, 3천원 정액 공중전화카드 등 ‘기상천외한’품목이 동원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월15일 설날을 전후해 후보자의 금품공세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사회·종교단체 등이 모처럼 맞는 지방의회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타락선거로 이어지는 것을 막자는 시민운동을 잇따라 전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운동은 지자제에 대한 올바른 홍보, 독자후버 추대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선거부정과 투개표부정을 감시하는 이른바 ‘공정선거 감시운동’이다.

유권자의 감시의식 크게 성숙
 공정선거 감시활동에 가장 먼저 뛰어든 사회단체는 그동안 왜곡동 경제구조의 시정을 주장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다. 경실련 한자京? 사무국장은 “지자제 선거에 뿌려질 5조원의 선거자금이 인플레를 몰고와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다.경제의 파단을 막기 위해서도 부정·타락선거는 철저히 감시돼야 한다”고 공정선거 감시운동의 의의를 설명한다.

 지난 12일 개설된 경실련의 ‘선거부정 고발센터’에는 4일만에 “영등포 모지역의 여당 부위원장이 통장들에게 참치통조림을 선물로 돌렸다” “용산구 모지역의 새마을협회장이 현수막을 내걸고 달려 수건을 돌렸다”등의 선거부정 사례 18건이 접수됐다. 경실련은 현장조사를 거쳐 증거물을 확보한 뒤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고발창구의 朴병玉(31) 간사는 “벌써부터 고발문의가 잇따르는 것은 그만큼 사전선거 운동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면서 “이는 또한 유권자들의 감시의식이 성숙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므로 선거운동 기간중에는 고발전화가 폭주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소바자연맹도 17일 ‘유권자 보호운동’의 일환으로 ‘불량선거 감시 고발창구’를 개설했다. 소비자연맹의 光 회장은 “사람을 뽑는 것은 물건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물건을 잘못 사면 변상을 받을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잘못 뽑으면 교환도, 배상도 안된다”고 전제하고, “지방의회선거를 깨끗이 치르기 위해서는 허위·과대광고 등 불공정거래를 하는 입후 보자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한다. 소비자연맹은 고발창구를 개설한 것 외에도 “공약을 남발하는 사람, 돈을 과다하게 쓰는 사람,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사람, 퇴페영업으로 돈벌이를 한 사람, 축첩한 사람”을 불량후보로 규정하고 선전활동을 할 계획이다. 종교P도 공명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12일 기독교계는 韓景식 목사에서부터 전CNN회장 金知명 목사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공명선거실천 기독교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동안 교단 안팎에서 보혁갈등을 빚어왔던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이 공명선거의 중요성에 관한 한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이 위원회는 선언문에서 “지자제선거는 이땅에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되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시금석임에도 종래와 같이 금권과 관권이 난무하고 불법으로 얼룩진 타락선거가 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계속 혼미를 거듭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현실을 좌시할 수 없어 1천만 기독교인들이 결집해 금권·타락선거를 철저히 감시하고 공명선거를 실천하는 대대적 캠페인을 벌일 것”을 선언했다. 이 선언에 의거하여 ‘기독교대책위원회’는 목회자 조찬기도회를 비롯해 각종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정치문제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가온 불교계도 지방의회를 앞두고 현실적인 몸짓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불교인권위원회·교수불자연합회·불교법조인회가 공동으로 ‘지방의회선거를 앞둔 우리의 의견’이란 성명서에서 공명선거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성명서에서 공명선거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호소했다. 교수불자연합회 韓相 회장(동국대·법학)은 “졸부,정치와 연결된 폭력조직,출세주의자들이 대거 지방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국민이 정치 냉소주의나 자포자기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세력이 독재필요론, 자자제 시기상조론을 펼지도 모른다”고 경계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생존적 차원에서 공명선거 시민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불교계에서는 이 선언에 입각해 1월에 부정선거감시단을 발족하고 고발전화 개설과 함께 공명선거를 위한 범불교인 연대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사회·종교단체의 지방의회선거 관련 움직임단체명활동 방향 및 추진기구선거부정고발창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본부(준비중) (02)766-1523한국소비자연맹지방선거 유권자 보호운동 (02)795-1042~3개신교공명선거실천 기독교대책위원회 발족불교공정선거감시단 및 공명선거를 위한 범불교연대기구(준비중)YMCA지자제교실 운영,지역민주주의와 참여를 위한 시민운동, 시민후보안 검토YWCA바람직한 지자제 여성후보자상 제안 (02)774-9702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지자제, 알기 쉬운 50문50답’ 등 지자제관련 교육·홍보책자 발간대전지역사회운동연합올바른 지자제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시민후보 추천을 위한1백인추천위원회(준비중) 과거에는 시민운동단체의 공정선거 감시운동은 있었다. 87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각 시민운동단체가 투·개표부정을 감시하는 공정선거감시단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 이번 지방의회선거에서는 단순한 투·개표 과정 감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선거운동 단계부터 감시한다는 점이 87년과는 다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대전에서 ‘1백인 후보추천위원회’구성
 사회운동 일각에서는 공정선거 감시운동, 공정선거 캠페인이 지닐 수밖에 없는 일정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즉 타락선거를 막는 최소한의 도덕적 경고는 될지언정, 유권자에게 ‘어떤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자제 교육에서부터 후보 추천에 이르기까지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26일 ‘지역민주주의와 참여를 위한 시민운동’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각종 지자제 관련행사를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인 YMCA는 ‘독자적인 시민후보 추대방안’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지난 14일 ‘YMCA 시민논단’에서도 시민운동단체가 독자적인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朴  교수(숙명여대·행정학)는 “기존 정당이 유권자에게 강요된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정당의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바람직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시민운동 세력이 진정으로 지역주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또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이에     교수(서강대·사회학)도 “시민단체가 지역·전국별로 어떤 연합체를 구성하여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를 할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 단계의 선거를 대비하는 하나의 출발로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YMCA 李  간사는 “독자후보를 내는 방안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끌어올린다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몇 군데에 시민 후보를 내고 철저한 모범·시범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고려할수 있다”고 말한다.

 대전지역에서는 공정선거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서 적극 참여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대전지역 YMCA를 비롯해 민주화교수협의회,경실련,대덕지역 연구소 노동조합,국민연합 등 이 지역60개 사회단체 대표40명은 지난 14일 ‘올바른 지자제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이 연대기구에서는 산하 참여단체회훤 1만명으로 구성된 공정선거감시단을 발족하는 한편, 선거가 끝나면 ‘의정감시단’을 구성해 지방의회 활동을 감시할 예정이다. 대전YMCA金   총무대행은 이 지역의 원로와 시민의 존경을 받는 전문인을 중심으로 ‘1백인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시민후보를 내세울 움직임도 있다고 말한다.

 ‘공정선거 감시부터 시민후보 추대까지’ 폭넓게 전개되는 이런 시민운동이 과연 현실정치의 거센 물결 속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더 이상 선거를 ‘정치인만의 판’이 아닌 ‘시민의 것’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이땅의 선거 문화룰 상당히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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