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정치참여
  • 송준 기자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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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0일 노총은 3월로 예정된 지자제선거에 노조원을 후보자로 내세워 정치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놓고 노동계와 상용자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 있다.
찬.  이광환 전국섬유노동조합 조사통계국장 역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치국장

●왜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노동문제는 사회·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한국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요한 사회계층이다. 특히 그동안 고도성장과 경제발전의 실질적  생산부문은 거의 노동자의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는 자신이 맡아온 역할만큼의 권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경제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노사대립의 골만 깊어졌다. 노동자가 정치의 한 주역이 됨으로써 기존의 정치구조가 갖고 있는 모순에서 벗어나, 노동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해야한다. 누동자의 정치활동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노동자 권익의 양과 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정당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 방법은 없는가.
 노동조합법 12조에는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법률적 제약 아랴서 정당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면 많은 조합원이 강제연행되는등 역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노동자 정당이나 노동자가 중심이된 진보적 민중정당은 제도권 정치 속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노동자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려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펼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노총)이 정치활동 참여를 선언한 것은 노동자의 정치적지위를 마련하는 과정에 있어 하나의 시금석을 세운다는 뜻에서다. 현재 노조의 정치기반이나 정치적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지자제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자를 내세워 장기적으로 정치의 기반과 역량을 축적하려는 것이 정치활동 참여를 선언한 기본취지이다.

●지자제는 지역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제도이다. 노총의 정치 참여 선언은 결국 다른 구성원에 대한 노동자의 배타적 권익을 얻자는 것이므로 지자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바판도 있다.
 노동자가 정치 일선에 나서고자함은 노동자의 ‘계급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라 국민 대중의 구너익을 고르게찾자는 움직임의 한 시발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자만을 위한 정치활동을 한다면 국민 사이에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는 사실을 노동자는 잘 알고 있다. 노총은 단지 소외계층의 권익 확보를 위한 운동의 차원을 정치적 단계로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할 뿐이다.

●전노협이나 대기업연대노조 등과의 협력은 고려하지 않는가.
 지금은 여타 노동단체와의 연대라는 숙제를 만들기보다는 시작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여타단체와의 연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민중당 전노협 대기업연대노조 등이 노조 출신의 후보자를 내세워 노총 후보자와  경선하게 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노총내의 ‘노동귀족’이 노동자의 정치적 위상을 마련한다는 명분아랴 개인의 정계 진출을 위해 노총을 그 발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노동귀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노총의 지도부를 불신하는 뒤틀린 시각에서 만들어진 이런 모략은 수그러들 것이고 이를 위해서도 노총은 모범적인 정치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노총은 노동조합법 12조(정치활동의 금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고, 아직 위헌여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선거에 후보를 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닌다.
 우리는 노동조합법 12조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믿고 있다. 노총은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치활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실정법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의 방법으로 후보자를 내는 것이다.

●노조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전용하는 것, 노조의 기반을 선거운동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 등은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많은데.
 노동운동자금을 선거에 활용할 수는 없다. 후보자는 개인 자격으로 출마하는 것이며 재원은 개인의 돈으로 한정한다. 선거사무소 등도 후보자 개인의 관할에 속한다. 노조가 선거ㅓ에 참여하는 부분은 노조원의 정치교육과 정책토론회 개최, 노조원의 개인적 자원봉사, 공명선거를 위한 전조직의 감시·감독활동, 반노동인사의 지방의회 진출 저지활동 등에 머물 것이다.

반. 김영배 미국조지아대학 경제학박사,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부장겸 수석연구원

●노조가 정치에 참여하면 안되는 이유는?
 노동조합은 하나의 이익단체이다. 우리나라 이익단체의 수는 수천개에 달한다. 이들 단체가 모두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노조가 정치활동을 하려먼 노동자의 구너익을 존중하는 정당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수천개의 이익집단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것은 국민의 민주의식이 성숙한 뒤라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역설적이지만 국민의 의식이 이상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정치에 참여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정치활동에 관심을 가진 ‘조동기사단’이라는 기됵교 노동조합이 미국에 있었다. 이 조합은 지나친 정치활동으로 인해 조합원으로부터 미국에 있었다. 이 조합은 지나친 정치활동으로 인해 조합원으로부터 외면당했다. 노조 상층부의 정치성향과 노동자 개인의 성향이 항상 일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생활과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노조 주도의 획일적 정치활동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의 운동이다.

●노동자가 희생되는 왜곡된 사회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총의 주장인데 .
 노총이 주장하는 정치참여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투쟁이다. 정치투쟁은 ‘노동해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노동이 자본에 예속돼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임금투쟁으로 얻어낸 임금인상분은 그대로 제품가격에 반영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변화가 없다. 이는 노동이 자본에 예속되기 때문이다. 그 근본원인을 제거해야만 비로소 노동자의 권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단계의 정치활동은 노동자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향상 등 경제투쟁으로 노동자의 관심을 유발하여 정치투쟁으로 단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활동이 아니라 체제변혁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논리는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노조의 정치활동은 정치투쟁보다는 정당이나 행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참여의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노조가 벌여온 정책참여가 그다지 성과가 없었으므로 정치참여를 선언한 것 아닌가.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자의 생활이 향상된 측면이 정말 없는가. 노동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땀을 흘린 만큼 경영자도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경영에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지 않는가. 70년대의 고도성장이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은 사실이나 경영자의 능력과 정부의 지원도 고려돼야 한다. 노조는 성급히 정치참여 등의 파문을 일츠킬 것이 아니라 과일이 익기를 기다리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경제투쟁의 한계로 보고 있는데.
 빈익빈 부익부 운운하지만 그것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나 논리적 학문체계는 없다. 근로자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미 창조돼 있는 성과의 배분이 아니고 추가적으로 창조해내야 할 가치의 배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선진국의 노동자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은 임금상승에 기인했다기보다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경제번영을 이룩한 자본의 역할이 더 컸기 때문이다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정치권에 진출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도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된 노조 출신의원이 있으며 이들은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정당이나 행정부에 건의를 하는 등 정책참여를 통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경영자단체가 직접 정치활동을 벌이지는 않는다.

●기존의 정치구조내에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
 노동문제는 먼저 경제투쟁을 통해 풀어야 한다. 정치활동을 하더라도 정책참여의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12조는 실제로는 ‘정치활동 베한’의 의미이다. 노조의 정치참여는 생산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각종 선거 때 노조가 생산은 뒤로 하고 정치활동에 나선다고 생각해보라. 경영계가 우려하는 것은 노조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유발되는 생산성의 저하이다.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장치가 보장되고 체제변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정치활동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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