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고민의 해결사
  • 송준 기자 ()
  • 승인 199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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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판’ 국내사 90% 이용…글자체·호환성 등이 과제

 

 

  朴美淑(27)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5년간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3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지난해 ‘읽음사’를 설립해 꿈을 이루었다. 8개월 동안 5종류의 책 5천여권을 찍어 시중에 내놓은 것이다.

  박씨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전자출판’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정확히는 ‘탁상출판(DTP : Desk Top Publishing)’의 덕을 본 것인데, 탁상출판이란 개인용 컴퓨터(PC)를 이용해서 원고 및 문자 사진 도표를 입력하고, 모니터의 화면을 통해 편집작업과 지면배치 등을 마친 뒤 인쇄작업을 하는 간편화된 출판시스템을 가리킨다. 전자출판에 의해 제작된 상품은 크게 ‘종이책’과 ‘비종이책’으로 나눌 수 있다.

  종이책은 말 그대로 종이를 표현매체로 삼는 출판형태로서 전산화는 미국식과 일본식으 두가지 양상을 띤다. 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꽃을 피운 전자조판(CTS :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이 그 하나로 PC를 이용해 편집 및 조판을 마친 다음 필름으로 인쇄원판을 떠, 그것을 가지고 책이나 신문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가 이 방식을 도입해 쓰고 있다.

  일본식 전산조판이 주로 신문제작에 활용되고 있는 데 비해 미국식 탁상출판은 서적류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PC를 이용하여 원고작성부터 편집 및 인쇄작업까지를 일괄처리해내는 출판방식으로, 입력된 자료를 화면에서 위지위그 상태(WYSIWYG :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화면에 나타난 그대로 출판할 수 있는 상태)로 편집하여 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하는 출판행위를 말한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책을 낸 국내 출판사의 90% 정도가 부분적이나마 DTP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어떤 정보를 반드시 종이 위에 표기할 필요는 없다. 종이 이외의 매체를 매개로 상품화한 것이 곧 ‘비종이책’이다. 예컨대 위의 정보들을 디스크에 담은 것이 ‘디스크책’이고, 이 내용을 전화선이나 데이터통신망을 이용하여 각 개인이 자신의 컴퓨터 화면 위에 불러내어 읽는 것이 ‘화면책’이다.

  그러나 전자출판은 아직 해결해야 할 몇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글씨꼴 개발, 데이터 처리양식, 편집기능 등에 있어 컴퓨터 기종간의 호환성이 없어 효용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정부의 표준화작업도 지지부진하다. 각주·영어·한자 및 도표와 복잡한 숫자 처리방식의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세상이 정보화·과학화돼가는 추세에 따라 출판에 있어서도 컴퓨터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비종이책의 시장은 계속 확장될 것이고 주로 기능적 수요의 책들이 주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술서적이나 사진관련 서적 등의 문화서적들은 종이책 형태로서 나름의 ‘매력’을 유지해갈 것 같다. “독자의 기호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종이책·비종이책의 두 출판시장은 유기적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출판계가 그에 걸맞는 제작기법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고려원의 최계선 편집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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