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도장 연 통혁당 장기수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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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에서 검도 도장 '재검당'을 꾸려나가는 오병철씨(57)가 이 사회에 편입하는 데는 꼬박 20여년이 걸렸다.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다녔으니 전․현직 대통령과 동창인셈인데, 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후 오씨는 그런 세상의 인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88년 출옥한 그는 텔레비전 켜는 법 따위를 배우면서 세상을 익혀야 했다. 재검당을 차린 건 생활의 방편 때문이 아니다. 20여년 간 묵묵히 남편 옥바라지를 해온 아내가 이제 어엿한 출판사(햇빛) 사장이 되어 있어서 먹고 살 걱정은 별로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비정치적인 일 같다”라는 아내의 내락을 받은 후에야 오씨는 비로소 도장을 열 수 있었다.

 오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검도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신기한 점은 옥살이를 하는 동안 검도를 해 본적이 거의 없는데도 “20년 만에 해보니 되더라”는 것이다. 그 세대가 다 그렇지만 민족주의․민주주의 등 진보적 고민을 앞장서서 했던 그는 “검도를 하면 지성이 야성과 결합하는 걸 느낀다”라고 검도 예찬론을 편다. 오씨는 20년 동안 그와 딸 사이에 오간 편지를 모아서 《창살가에 햇빛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吳民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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