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석’ 과 ‘원수’
  • 김춘옥 국제부장 ()
  • 승인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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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24일 당비서 김정일은 조선 인민군 총사령관이 됐다. 그러자 김정일이 곧 주석직을 승계하는 것이 아닌가에 사람들의 촉각이 모아졌다. 김일성 생일 이틀 전인 4월13일의 북한 ‘중대 발표’는 김일성 주석이 대원수가 됐음을 알렸다. 20세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탄생한 두번째 대원수였다.(1941년 6월30일 전쟁의 와중에서 스탈린은 대원수 칭호가 필요했다. 이미 북ㆍ중ㆍ남 3개 사령관이 원수였으므로 이들을 통괄할 최고 사령관의 칭호는 대원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때도 사람들은 국가주석직을 김정일에게 이양하는 절차가 아닌가 촉각을 세웠다. 1주일쯤 후인 4월21일 또 다른 중대발표는 김정일 원수의 탄생을 알렸다.

 아울러 김일성 주석은 워싱턴 타임즈와의 회견을 통해 김정일 원수가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라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최고통치자’와 동의어로 쓰이던 ‘주석’의 개념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실권은 서기장이 가지고 있었다. 당이 중심이 되어 국가를 운영하는데 그 운영의 주체는 비서 또는 서기이다. 영어로 secretary라 불리는 비서나 서기 가운데 가장 높은 직책에는 general이란 말이 붙어 서기장으로 불렸다. 소련 대통령이 되기 전의 고츠바쵸프,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동독의 호네커 등이 모두 서기장 칭호를 가졌다.

 주석이라는 직책은 최고 통치자를 ‘어버이’와 같은 존재로 추앙하고 싶어 하는 동양에서 생겨났다. 주석직은 따라서 당의 최고 책임자, 국정의 실무 책임자라는 의미가 강한 서기장 보다는 국가원수라는 냄새가 훨씬 진하게 풍긴다.

 서기장 모택동이 아닌 주석으로서의 모택동은 수천년 동안 지속되어온 ‘황제’라는 이미지로 그의 카리스마를 구축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도 ‘어버이 수령’에 어울리는 칭호다. 그 ‘주석’의 의미는 이제 달라졌다.

 모택동 사후 중국의 국가주석 자리는 서열 7위로 밀렸다. 양상곤 주석은 주로 외교관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비교적 한가로운 업무를 맡고 있다. 권력의 핵심은 수상과 총서기에게 나뉘어져 있다. 이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앞으로 북한에서 또다른 호칭변경이 있다면 오리려 주석직일 것이라는 진단이 가장 설득력있다. 동양의 전통 때문에 ‘어버이 수령’을 사망 이전까지 최고 자리에 모신다면 아마도 그 자리는 주석직이 아닌 총비서직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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