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반당선 폐단 크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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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거구 겪은 宋元英 전의원 “진보정당이 의회 진출 길 열려야”

한 선거구에서 두 사람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는 제9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해 12대까지 이어졌다. 9대 국회는 권위주의적 통치가 가속화된 유신국회이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간접선거가 규정돼 대통령의 추천에 의한 3년 임기의 유신 정우회(유정회) 의원들이 출현한 국회이기도 하다.7대에 처음으로 동원해 8ㆍ9ㆍ10ㆍ12대를 거친 宋元英(64) 전 의원에게서 당시 선거법 개정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9대 국회에서 중선거구로 바꾼 배경은 어떤 것인가.
8대 때 공화당은 서울에서 張德鎭씨(당시 영등포갑) 한 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공화당은 72년 ‘10월 유신’을 단행, 국회를 해산했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을 부여받은 비상국무회의가 정권유지에 말썽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처리했는데, 중선거구제 도입 역시 그때 처리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서울에서 야당이 휩쓰는 현상을 없애고 여야가 사이좋게 나눠가지자는 의도였다.

●중선거구제의 제일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역시 여야 동반당선에 따른 폐단이다. 여당과 야당의 공천이 사실상 당선과 직결됨으로써 정당 보스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반면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결여될 소지가 충분하다. 또 선거구 관리 측면에서도 미묘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예를 들어 어떤 구에 구청장은 1명인데 국회의원 2명이니 선거철이 닥치면 구청장이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선거 막판에 가면 구청장이 행정력을 동원해 여당 편을 들게 된다.

●중선거구제라면 양당체제가 확립돼 정국이 안정된다는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의 경험에서 보면 무소속이 많이 당선된다. 중선거구제에서는 혁신계(진보성당)가 제도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다. 반면 군소정당이 난립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혁신계 의원이 단 1명도 없다. 민주국가의 의회에서는 비정상적인 일이다. 10%정도는 있어야 한다. 한 선거구에서 3~4명씩 뽑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 의원에 대한 지지세력이 항상 꾸준하기 때문에 정국이 안정돼 있다. 나카소네가 총리로 있을 때도 지역구 선거에서 2등밖에 못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는 순전히 ‘바람’에 의해 결정되는 수가 많다. 바람이 언제 어떻게 불지 아무도 모른다.

●현행 소선거구제에도 문제점이 있지 않은가.
제일 심각한 문제는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30%나 20% 정도의 지지를 받은 후보라도 최다득표만 하면 당선된다는 데 있다. 死票가 많아진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1천표 내외로 당락이 결정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아까운 인물들을 많이 죽인다.

●중선거구제로 선거를 하면 호남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평민당 의원이 2명 당선된다거나 서울 지역에서 야권 후보가 2명 당선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가정에서라면 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호남지역에서도 중선거구로 하면 평민1명, 비평민1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 호남이 이렇다면 나머지 지역은 민자당 후보가 2등으로라도 거의 당선된다. 물론 2등 당선을 통한 의석 확보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정당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는 한다. 12대 선거를 보면 민정당 후보의 1등 당선은 서울의 14개 지역구 중 2개에 불과하고, 부산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1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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