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부규제인가
  • 이재웅(성균관대 교수ㆍ경제학)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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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느 경제단체가 실시한 정부규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의 규제나 감독이 소홀해서 새이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정책당국은 으레 규제장치가 미비해서 문제 발생을 막을 길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당국의 직무유기라기보다 핑계김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협박처럼 들린다. 정부가 정작 규제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필요없는 것 또는 엉뚱한 것에 대해서만 지나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현재의 각종 제도 법령 및 행정절차는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하고 번거로운 것이 많아 이를 제대로 지키면서 기업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공장부지 재무활동 산업재해 및 안전규정 고용 근로자복지 환경보존 및 공해방지 등에 관한 수많은 규제들이 거미줄처럼 기업활동을 얽어매고 있다고 업자들은 주장한다. 물론 이런 조사결과는 마땅히 지켜야 할 규제를 회피하려드는 일부 기업의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정부규제는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기업에게 항상 직접 간접으로 비용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은 가능한 한 규제를 피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전자의 경우 불법행위 탈세 및 지하경제가 확대될 우려가 있고 후자는 정경유착 등 비리가 생기 소지가 크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규제가 과도할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관료의 자의적 재량권은 비리의 온상
결국 어떤 경우에나 지나친 규제는 공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저해요인이 된다.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관료의 자의적 재량권 등이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은 ‘수서사건’이 입증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며 공직자의 사명은 무엇인가. 정부규제는 흔히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된다.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보다 경제능률이 향상되고 공익이 증진된다면 정부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 이같은 원칙은 정부 및 공직자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장경제는 가장 능률적인 경제체제라고 하지만 그 자체에 여려 가지 결함 즉, 시장실패의 요인을 갖고 잇다. 예컨대 기업이 시장활동을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행위가 생기기 쉽다.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 감독은 공익을 증진시킨다. 그밖에 공해방지 환경보존 등을 위한 정부규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정부규제는 시장기구의 결함을 시정 보완하고 경제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로 인해 전반적인 경제의 비능률을 가져오거나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이런 정부규제는 오히려 공익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정부 개입 축소하고 공익성 높여야
이렇게 볼 때 모든 정부규제가 실제로 공익을 증진시키는지는 알 수 없다. 명분은 어떻든간에 규제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가령 얼마전 금융실명제를 유보한 것이 공익을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는지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부가 일단 확보한 규제수단은 결코 스스로 놓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 또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80년대 이후 규제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추진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얼마나 규제가 완화되고 경제자유화가 진전되었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정부규제가 공익 증진 보다 특정산업 특정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고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규제가 정부 및 관료의 이기적 동기에서 비롯되면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속성을 갖는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완화의 지연, 정부 및 관료조직의 비대화, 재량권 확대경향,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정부관련 비리의혹 등을 규제의 공익성이나 공직자의 사명감만을 믿고 맏겨두기는 어렵다. 더구나 최근 규제완화 의지가 퇴색하면서 정부는 오히려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고 시장개입을 강화하려는 의도마저 드러내고 있다.

정부규제가 특정계층이나 관료조직의 지분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공익성을 높이고, 정부의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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