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여지책 ‘유흥 통금’ 실효성 의문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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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 행정편의주의 논란 속 음성 · 변태화 우려도

 준통행금지라고 정부 스스로 밝힐 만큼 ‘초법적’인 행정조치가 새해들어 실시되고 있다. 90년대 벽두에 취해진 유흥접객업소 등에 대한 심야영업제한은 자율화 · 개방화 추세에 반하는 ‘군사문화적 행정’이란 비판과 영어권제한이 위헌 아니냐는 법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생활에 대한 제약을 국민들이 먼저 환영하고 나오는 것은 사회에 만연된 과소비, 향락 · 퇴폐 풍조와 이와 연계된 범죄의 급증 현상에 대해 이 조치로 어느 정도 제동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권위협 문제는 차라리 지엽적인 것으로 여겨 이번 기회에 그들이 생산적인 노동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단시일내에 과소비와 범죄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다. 사회구조적인 현상이 공권력에 의한 물리적 단속 같은 것으로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선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한 대로 이번의 제약은 최선의 합리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반발할 명분이 약한’ 업주들을 대상으로 칼을 휘두른 ‘행정편의주의’임에는 틀림없다.

무허가업소’ 근절이 더 시급
 심야영업제한의 법적인 근거는 ‘공익상 선량한 풍속유지를 위해 영업시간 등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식품위생법 제30조. 지난 82년 통금해제 이후 88년 올림픽때까지는 ‘필요해서’ 이 법에 의해 영업시간을 새벽 4시까지(사실상 24시간) 대폭 연장해주었으나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다시 ‘필요해서’ 그 전으로 돌아가야만 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먹고 마시는 일에 관한 한 통금이 환원된 셈이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로 제한되는 대상은 캬바레 · 디스코장 등 舞蹈유흥접객업소, 요정 · 룸살롱 · 스탠드바 · 맥주홀 등 일반유흥접객업소, 카페 · 식당 등 대중음식점과 극장이 포함되며 만화가게는 밤 9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원래 심야영업이 금지되고 있는 다방, 이발관, 전자오락실 등의 불법영업행위에 대해서도 이번에 함께 지도 · 단속의 손길이 뻗치게 된다.

 이 조치를 어길 경우 4차에 걸쳐 경고를 하며 그 이후에는 구속 등 법적인 제재를 하게된다. 극장과 만화가게는 법적 근거가 없어 우선 행정지도로 계도하고 추후 관계법령을 보완할 방침이다. 그러나 심야활동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역주면 등의 음식점, 호텔 등 관광업소에 대해서는 시 · 도지사가 특정지역 · 업소를 지정, 고시후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내무부가 파악한 바로는 89년 11월말 현재 전국의 퇴폐 · 유흥 관련업소는 모두 34만2천5백49개로 이 수효는 지난 80년과 비교해 무려 3백60%가 증가한 것이며 전체의 49%가 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많은 업소에서 특히 자정 이후 퇴폐 · 변태행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이 치안수요의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는 정부의 분석이다. 지난 88년의 경우에는 강력사건의 62%, 폭력사건의 56%가 밤 12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한국유흥업중앙회(회장 · 李甲明, 60세)등 업주들과 연예인 등 관련종사자들은 생존권위협을 내세우며 크게 반발할 기세였으나 여론지지를 얻지 못하는데다 ‘힘’에 약한 업계의 ‘취약성’ 때문에 일단 칠흑의 밤을 ‘연출’하는데 대부분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룸살롱 등 일부 업소에서는 자정 이후에도 단골손님을 끌어들여 외등을 끈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주들의 입장은 대체로 “당분간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근거로 “곧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셈인데, 국민의 관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오히려 이 조치가 음성화 · 변태화를 유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숫적으로 훨씬 많고 퇴폐조장, 범죄의 온상지로 알려져 있는 무허가업소를 먼저 뿌리뽑지 않은 것 자체가 시책의 실효성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단속반원의 타락만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업주들의 ‘걱정’에도 정부당국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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